정진명 시인

앞서순우리말은 모두욕이될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건단순한걱정이아닙니다. 실제로그렇게되갑니다. 우리말의맞춤법규정이 그것을‘조장'하고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표준어를정할 때 이렇게합니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것을보면 3가지로압축됩니다.

(1)현대

(2)서울말

(3)교양 있는 사람들의 말

(1)과(2)는 어느누구도 군말이있을수없습니다. 그런데문제는(3)입니다. 서울사람들의말이아니라, ‘교양있는사람들’의말입니다. 이거참모호하죠. 교양의기준을 어떻게정할것이냐 하는것이 문제라는말입니다. 그런데잘생각해보면 교양이란지배자들의행동양식아닌가요? 가장교양있는사람들은 왕실사람들아닐까요? 그리고그다음으로는 그들에게빌붙어사는 양반들이나귀족들이겠죠. 이들이쓰는말이 교양있는말입니다. 여기서앞서말한순우리말이 <낮잡아 이르는 말>로규정되는까닭을 잘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문제는또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양있는사람들의 주체성이문제입니다. 이렇게되면 종주국이어디냐에따라서 그종주국의문화가 우리문화의상층부를 이루게됩니다. 서울의강남 호텔에서 손님들의차를주차해주는 발리파킹을하는알바생들이 모두영어를쓴다는것은 다알려진사실입니다. 예속문화의정점에서시작된 남의말잔치가 이렇게우리사회의 맨밑바닥까지내려오는현상은 결코우습게볼일이아닙니다.

그러면표준어의(3)번조항은 뿌리부터가잘못되었다는것을 알수있습니다. 따라서이시대에맞는조건으로 (3)을바꾸어야합니다. 어떻게해야할까요? 저는이렇게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3)농사꾼을 비롯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쓰는 교양있는 말.

농사꾼이라는조건을넣은것은, 우리겨레의말글이 지난농경시대에 만들어져서다듬어진 것이기때문이고, 일하는사람들이란 오늘날노동이존중받는시대이기때문에 이시대의주체세력이쓰는말임을 강조하려는것입니다. 교양도교양나름입니다. 왕족의교양과 양반의교양이다르고 부르주아지의교양이다릅니다. 그러므로같은노동자라도 교양이있고없을수있습니다. 그중에서우리가 본받아야할말들을 표준어로삼아야한다는말입니다.

앞으로통일이된다면 다른그어떤문제보다도 바로이지점에서 조화를이루기어려운일이 발생할것이라고 저는짐작합니다. 오늘날순우리말의씨를말리는독소는 표준어의조건안에있습니다. 이보다더심각한문제도없습니다. 이대로가면 모든순우리말은 교양없는말로 자리잡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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