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활터가 사격장으로 변했다는 얘기를 몇 차례나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활터가 사격장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까닭은 간단합니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그것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활 그 자체가 아니라 활량들의 무책임함과 무감각 때문에 위기에 처한 전통의 현실을 지적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이어질 저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활쏘기의 핵심은 활쏘기에 있습니다. 즉 과녁을 맞히는 뛰어난 기능이 활쏘기의 본질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본질에서 우리 활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활쏘기임을 몸으로 터득하고 몸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똥철학과 주먹구구 사법부터 내려놓고 전통 사법의 본류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통 사법의 본류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조선의 궁술’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입방아를 찧는 사람들이 꼭 있습니다. 전통도 변하는 것이니, 오늘날에 맞는 전통 사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런 사람과는 말을 섞을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날의 전통이란, ‘조선의 궁술’을 체득한 전제 위에서 그보다 더 발전한 사법을 말합니다. 그러나 ‘조선의 궁술’을 생략한 채 자신의 주먹구구 사법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전통에 대해 변론을 하는 것이라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일도 없을뿐더러, 그 자체가 ‘조선의 궁술’을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을 모욕하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조선의 궁술’을 제대로 공부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나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몰라 ‘조선의 궁술’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대답할 수 있는 설문지를 제가 만들어드리기도 했습니다.(‘국궁논문집’) 그에 대한 답을 한 사람이 아직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으니, 저는 국궁계에서 ‘조선의 궁술’을 공부한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실정이 이런데도 어쩌다 인터넷 웹서핑이라도 할 양이면 조선 시대 무과의 과목으로 있던 사법을 복원했다는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철전에, 애기살에, 박두에, 육량전에…….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수많은 사법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뒤에 나타난 것이 ‘조선의 궁술’입니다. 따라서 그 이전의 사법으로 돌아가려면 ‘조선의 궁술’부터 정독하고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정사론에 중국 사법서에 ‘조선의 궁술’까지 뒤섞어서 자신의 사법을 완성하고서는, ‘조선의 궁술’ 이전의 사법을 복원했노라고 자랑하는 사람들의 논리 앞에서는 그저 입을 딱 벌릴 따름입니다. 그런 식이면 저는 집궁 1년만에 고려 사법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2년차에는 신라 사법을, 3년차에는 고구려 사법을, 4년차에는 고조선 사법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성계도 저한테 와서 사법을 배웠고, 주몽의 활쏘기도 제가 가르쳤으며, 정조도 저를 찾아와 배워갔습니다. 이런 걸 논리랍시고 떠드는 사람들의 용기가 참 가상합니다.

2019년 5월, 녹음이 짙어갈 무렵에 저는 비로소 26년만에 ‘조선의 궁술’에 다다랐습니다. 이런 훌륭한 무술을 전해준 그 이전의 선배 한량들에게 머리 조아릴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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