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행정수도 완성의 길이 멀기만 하다. 선거철만 되면 단골 공약으로 써먹고는 시일이 지나면 이런저런 핑계로 늦장 부리는 정치권의 행태가 여전해서다.
빠르면 2027년 늦으면 2028년 완공될 줄 알았던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가시권에서 자꾸 멀어지고 있다.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해서는 국회규칙이 제정돼야 하는데 웬일인지 자꾸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규칙은 헌법을 바탕으로 해 국회의 의사(議事)와 내부 규율에 관해 국회가 자율적으로 제정한다. 국회규칙에 세종의사당에 배치할 상임위원회 수 등 이전 규모가 확정돼야 총사업비를 산출할 수 있고, 재정당국과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

국회규칙 제정 없이는 세종의사당 건립도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무난히 마련될 줄 알았던 국회규칙이 해를 넘겨 기약도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지켜보는 국민은 또다시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인 ‘세종의사당법(국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 2021년 8월이다.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2016년 기준으로 5년이나 걸렸다. 국회법 개정 후 국회사무처의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이 마무리되면서 국회규칙 제정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용역이 끝난 뒤 두 달이 넘도록 국회 운영위원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여기에 국회규칙 발의마저 지체되면서 정치권의 세종의사당 건립 의지를 의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야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을 조속히 설치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정진석 전 국회 부의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와 여당 핵심 관계자들은 지난해 8월 세종의사당 부지를 방문해 2027년 대통령 집무실과 동시 완공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2027년 건립은 사실상 무산됐고,

2028년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민주당 역시 국회의장을 거느린 국회 내 과반 의석을 훌쩍 넘긴 절대 다수당이면서 행정수도와 관련해서는 실력 발휘를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세종시당은 지난 3일 국회규칙 조속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통해 “세종의사당은 지금 당장 턴키방식으로 공사를 시작해도 5년 7개월이나 걸리고 2028년 하반기쯤이나 완공이 가능하다”며 “통상적인 공사방식이라면 대부분 2030년을 넘을 수밖에 없어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도 논평을 내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금이라도 당장 국회규칙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방 정치권의 바람과는 달리 중앙 정국은 안개 속이다. 사사건건 극한 대립하는 여야의 관계는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어 국회규칙 논의가 전무하다. 이대로 오는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이어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 모드로 전환되면 세종의사당 건립은 오랜 시간 방치될 게 뻔하다.

세종의사당 건립은 세종이 행정수도로 가는 중요한 기점이자 행정력 낭비를 해소하는 최선의 정책이다. 여야는 국회규칙으로 발목을 잡지 말고 조속히 논의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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