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십이지(十二支)에 의하여 토끼해이다.

많은 사람이 토끼 하면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를 생각한다.

옛날에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했다. 처음에는 토끼가 앞서 가다가 거북이가 뒤처진 걸 보고 자만심에 중간에 잠을 잤고, 거북이는 쉼 없이 열심히 기어가서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여 이겼다.

이를 근거로 ‘능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이솝 우화 가운데 개미와 베짱이도 같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80년대까지 발전지향 시대에는 이분법적 사고를 바탕으로 토끼나 베짱이와 같이 한눈을 팔고 노는 것은 잘 못된 것이고, 거북이나 개미와 같이 쉼 없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올바른 삶의 방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우세하였다.

즉 슬기로운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노동을 신성시하고 근검·절약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방법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특징짓는 오늘날 사회는 오히려 토끼나 베짱이와 같이 노는 사람 또는 유희의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home ludens)로서 인간 본질이 중시되고 있다.

인간성 회복, 노동으로부터 해방, 삶의 질, 저녁이 있는 삶, K-pop 등은 거북이나 개미보다는 토끼와 베짱이형의 인간형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변화는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의미하는 MZ 세대의 삶의 양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입사하기 싫은 기업은 야근과 주말출근 등 초과근무가 많은 기업을 들고 있고, 워라밸을 강조하고 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

거북이나 개미형의 삶은 목표에 집착하는 사고를 강조하고 토끼와 베짱이는 과정을 더 중시하는 삶의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늘날은 MZ 세대의 삶의 방법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거북이와 같은 끈기나 우직함보다는 별주부전에서 토끼가 보여준 위기 대응의 전술과 술책이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변화에 대한 전략적 사고는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베짱이 식의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두 사고의 변증법적 통합을 요구한다.

두 사고의 통합은 이분법적 사고보다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놀이로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기가 잘하는 일을 더 잘함으로써 자신의 경쟁력을 길러 경쟁우위의 지위를 가진다.

진정 성공한 사람들은 노는 것을 추구하는 호모 루덴스와 이성에 의한 목표를 추구하는 호모 루덴스를 삶에서 통합함으로써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를 일로 바꾸고자 한다.

혹자는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의 전체 운세를 ‘노력한 만큼 복이 들어오는 해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하는 ‘싸우면서 일하는 해’가 아닌 ‘놀면서 일하는 해’가 되면 올 한 해 우리에게 닥칠 어려움을 조금은 줄여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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