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내과 원장

 

건강한 신장은 전체 신체 용적의 0.5%에 불과하지만 심장 박출량의 20%를 받으며, 휴식기 산소 소모량의 10%를 차지하는 중요한 장기이다. 하지만 신장은 관류 되는 혈액량이 매우 많은 반면 신수질부(medulla)에서 물이 재흡수되면서 신원(nephron)을 따라 순환하는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신장의 세포들이 매우 고농도의 독성물질에 노출이 되며 결과적으로 신독성에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신독성 손상은 다양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약물, 내인성 물질 또는 외부환경에서 노출되는 물질에 의해 발생하며 신장 내의 모든 구조들 즉 세뇨관, 간질, 혈관 또는 수집계(collecting system) 등이 신독성 물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오늘은 신장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원인 중 이러한 신독성 물질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신장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은 크게 외부 투여로 인한 외인성 물질과 체내에서 생성된 내인성 물질로 나눌수 있는데 외인성 독성물질로는 조영제(radiocontrast media), 항생제(antibiotics), 소염진통제(NSAIDs), 항암제, 자동차 부동액 등이 있으며 내인성 독성물질로는 미오글로빈(myoglobin), 헤모글로빈(Hemoglobin), 요산(uric acid) 또는 다발성 골수종의 경쇄(light chain)등이 있다.

대표적 외인성 독소인 조영제는 심혈관계 조영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시에 정확한 진단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약제이지만 급성 신손상의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정상 신기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잘생기지 않지만 만성 신장병이 있거나 노령에서는 위험성이 높아진다. 대개 조영제 사용후 24~48시간 이내에 혈청 크레아티닌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3~5일에 최고점에 도달하고 5~7일이 지나면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 항생제나 시스플라틴 항암제 같은 상피세포 독소들에 의한 급성 신손상은 처음 노출된 후 3~5일에서 2주정도가 지난후에 혈청 크레아티닌이 상승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부동액으로 알려진 에틸렌 글리콜은 달콤한 방향성의 냄새로 인해 음료로 오인해 잘못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 역시 직접적인 세뇨관 독성을 통해 급성 신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외에 2008년 중국 멜라민 분유사건으로 유명한 멜라민도 신장결석과 직접적인 세뇨관 독성 또는 폐쇄를 통한 급성 신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내인성 독소는 체내에서 생성된 독소를 말하는데 손상된 근육세포에서 유래된 미오글로빈이나 대량의 용혈반응에 의해서 혈중으로 방출되는 헤모글로빈 등이 그것이다.

횡문근 융해증이 독성 미오글로빈을 대량으로 만드는 대표적 질환인데 외상에 의한 압착손상, 수술시에 발생한 허혈, 과다한 운동이나 지속적인 근육의 경련, 열사병 등에 의해 생길 수 있다.

또한 항암요법시 발생할 수 있는 종양 용해 증후군이나 다발성 골수종 등에서 생성되는 경쇄(light chain) 등이 직접적인 세뇨관의 독작용을 일으키거나 세뇨관에서 뭉쳐 결정을 형성하여 폐색을 일으켜 신독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물질들이 신장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환자는 약물 복용시 반드시 신장과 관련된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사도 환자의 신장 상태에 유의하여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