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 展

한홍택, 해방, 1945, 종이에 채색, 30.5 × 22 cm.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소장. 이완석, 서울바레-단, 1950, 종이에 채색, 75.5 × 51.5cm. 예화랑 소장.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해방 이후 근대화, 산업화를 통한 국가 재건시기 미술과 디자인, 산업의 관계를 조망하는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를 내년 3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전은 지난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수집된 한홍택(1916~1994)의 작품과 아카이브, 그리고 2022년 기증된 이완석(1915~1969)의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동시기 활동했던 작가들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한국 근현대디자인의 태동과 전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자 마련됐다.

1945년 해방 직후 한홍택은 권영휴, 엄도만, 유윤상, 이병현, 이완석, 조능식, 조병덕, 홍남극, 홍순문 등과 함께 최초의 디자인 단체인 조선산업미술가협회(현 대한산업미술가협회, 이하 산미협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이들은 미술과 디자인이 지금과 같이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되기 이전에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했던 선구자로, ‘산업 미술’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정의하고, 불모지였던 한국 디자인계 발전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모던 데자인’이란 제목은 1958년 개최했던 ‘제2회 한홍택 모던 데자인전’에서 발췌한 것으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이전 도안, 산업미술, 생활미술, 응용미술, 장식미술과 같이 번역된 어휘가 뒤섞여 사용됐던 시대적 조건을 환기한다. 이번 전시는 한홍택 작가의 아카이브부터 산업미술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제안과 실험을 엿볼 수 있는 포장, 책표지, 도안 등 다양한 형식의 디자인 작업들이 전시된다. 또한 1950~1960년대 도시 풍경 속 각양각색의 간판, 옷차림 등이 기록된 사진 및 영상 아카이브를 통해 국가재건시기 한국의 생활상에 녹아있는 당대 시각문화를 다각도에서 추적해 볼 수 있다.

1부 ‘미술과 산업: 산업미술가의 탄생’에서는 한홍택의 초기 작업과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일본 유학시기 교육과정을 비롯해 조선산업미술가협회의 창립과 해방 전후 다양한 활동을 살펴본다.

2부 ‘모던 데자인: 감각하는 일상’에서는 전후 사회 복구와 민생 안정을 위해 들어온 미국의 원조물자로부터 접하게 된 서구식 문화와 물질, 현대적 삶을 지향하는 대중의 욕망이 투사된 사물과 이미지, 일상의 풍경을 다룬다.

3부 ‘정체성과 주체성: 미술가와 디자이너’에서는 미술가와 디자이너, 두 가지 정체성을 모두 지녔던 작가와 작품을 재조명해 미술과 디자인 사이의 영역에서 그간 놓치거나 혹은 배제됐던 작가와 작업을 새롭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4부 ‘관광과 여가: 비일상의 공간으로’에서는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모색과 현대적 시각화를 시도한 산물인 산업미술가들의 관광포스터 원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시작과 끝을 교차하는 2층 회랑 공간에서는 동시대 그래픽 디자이너 10인/팀이 함께한 설치프로젝트 ‘데자인 시대의 표어들’(2022)을 선보인다. 산업미술가들의 기고문, 디자인정책에 관한 언술, 기자 및 논평가들이 남긴 기사 등을 통해 당시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디자인에 요구됐던 시대적 과업 등 ‘데자인’시대 디자이너들이 맞닥뜨렸던 사회적 조건을 조망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연계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시를 말하다: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가 마련된다. ☏ 02-2188-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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