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글재주 없는 이가 충청매일에 원고를 보낸 것이 벌써 6년이 지났다. 2017년 1월 1일 자 신문부터이니 적지 않은 세월이다. 현재까지 127편의 글을 썼다. 처음 시작할 때는 부담도 컸고 한 편의 원고를 쓰기 위해 여러 날 고민도 했다. 글이 쓰이지 않는 날에는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시원찮은 글을 보내기도 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만둬야지 해 온 것이 6년을 꽉 채웠다.

글을 쓴다는 것은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데, 나의 미련하고 부족한 글이 신문에 실리고 누군가 나의 글을 읽는다는 사실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글을 살펴보니 스스로 대견한 글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가능하면 폐기하고 싶은 글이 많다. 해가 갈수록 좋은 글보다는 마감에 맞춘 글이 많아졌다. 그만큼 원고 쓰기가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기능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글 자체로 보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쉬어야 할 때가 되었다.

2022년도 2021년처럼 특별할 것도 딱히 기억 남는 일도 별로 없다. 그날을 그날처럼 익숙하게 살아온 탓이다. 일상에서 익숙함을 불편함으로, 불편함을 통해 나태와 권태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2022년, 나는 아침 산책을 선택했다. 용암동 성당 뒤편에서 시작해 보살사로 이어진 낮은 산길이다. 산책은 동남지구에서 낙가천을 따라 내려오는 짧은 코스를 선택했지만, 계절별로 피고 지는 꽃과 함께 나의 계절도 부지런히 지났다.

다른 하나는 선택적 책 읽기였다. 우선 세계적으로 성공하여 부를 축적한 이야기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내용들, 일종의 자기개발서 같은 것이었다. 이후 <치유와 회복> <호모스피리투스> 등 데이비드 호킨스의 역작들을 읽었다. 최근에는 <티벳 사자의 서> <우파니샤드>와 같이 인간의 삶과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하는 책들과 함께하고 있다.

올 초에 내가 선택한 산책과 책 읽기는 내가 나로 살아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살아지는 하루가 아닌 내 의지로 살아가는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살아간 것도 아니지만, 한 해를 보내며 뒤를 돌아볼 무언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은 시집 발간이었다. 첫 시집을 내고 오랜 시간이 지나기도 했지만, 40대를 관통해온 내 삶을 정리하고 오십을 맞고 싶었다. 마감에 쫓겨 신문사에 원고를 쓰듯 시집을 내고 자 했다면 가능했으리라. 그러나 살아온 날들이 아닌 살아진 날들의 기록을 누구와 함께 나눌 수 있겠는가.

2022년이 지나려면 십여 일이 남았다. 누군가는 마무리로 바쁠 것이고 누군가는 2023년 계획을 세우며 설레기도 할 것이다. 이제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고 살아지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삶에 가까워진다면,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언젠가는 내 생각과 글을 함께 나누는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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