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매년 교수신문이 한해를 평가하는 사자성어를 보면 하나같이 부정적인 것만 선택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과 같이 사회의 잘못되고 어두운 구석을 이야기하는 과이불개(過而不改)가 선택되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는 발전하지 못하는 사회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성공한 개인이나 발전하는 사회는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는 사회이다. 성공한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커다란 실패를 경험하지만, 그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같은 실패를 하지 않고자 한다.

현대 조직이론은 조직도 과이불개하지 않기 위해서 학습조직을 강조한다. 학습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한 경험도 공유하면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조직의 자산을 확대하고자 한다.

잘못으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람이나 사회의 특징은 교수신문이 사자성어 조사에서 4위를 한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의 행태를 보이고, 2위를 한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욕개미창(欲蓋彌彰)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정치문제가 되고 있는 대장동 사건, 이태원 참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가짜 뉴스 등과 관련된 정부 여당이나 야당의 행태를 보면 서로의 탓만 하고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판단에 몰입하지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사람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경찰이 조사하고 법으로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건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잘못으로부터 배우는 사회는 잘잘못을 판단하는 사회가 아닌 잘못으로부터 배우는 학습자의 사고를 요구한다. 판단하는 사회는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자인가?’, ‘누구 탓인가?’를 이야기한다. 그러하니 관련된 사람들은 사건과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자기는 책임이 없다는 증거만 모아서 발표하고, 자기 조직이나 사람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에 혈안이 된다.

반면에 학습하는 사회는 누구의 책임인가를 판단하기보다는 ‘무엇이 중요한가?’그리고 ‘사실은 무엇이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교훈을 얻고자 한다. 이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책임자를 찾는 것만큼 사건이나 문제를 비판적 사고에 의해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리고 같은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한 교훈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이 책임자에 대한 처벌만 이야기하지 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학습에 대한 공론의 장은 없다.

그것은 제2의 이태원 참사를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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