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매년 연말이 되면 의료계에서 소위 비인기과에 대한 전공의 부족 문제를 걱정하게 됩니다. 생명과 직결되어 필수적이지만 의사 개인의 입장에서는 힘들고, 위험하며,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과를 기피한다는 것입니다. 그 해결책으로 의료수가 개선 등 다양한 제안이 이루어지는데 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의료행위의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치사상 등의 처벌에 대한 면책 내지는 완화입니다.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이나 법률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렵고 깊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의료는 그 자체의 내재적 위험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즉 무과실임에도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결과의 모든 책임을 의료진에게 묻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며 그 결과를 돌이킬 수 없어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전제됩니다. 이에 우리 법은 이러한 의료인의 의무를 고도의 주의의무로 규정하며 엄격한 책임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기준이 충돌하는 부분이 바로 의료이기에 법조계 내에서도 의료법은 특수한 영역으로 분류되어 그 조화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의료의 내재적 위험을 강조하여 법적 책임의 면책 내지 완화해 줄 것을 주문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필수적 의료영역에 있어 전공의 수를 증가시켜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순기능으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부분이고 국회에서 또한 정상적인 진료 활동의 면책 등에 기반한 입법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인 관점에서는 순기능만을 보고 그대로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 또한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특정 영역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여 곧바로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형평성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부분입니다.

즉 입법에 대한 논의를 보면 정상적 의료행위를 전제로 면책 또는 책임의 완화를 규정한 것인데, 이는 현행 법률 실무에서도 이미 적극적으로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의료행위란 결국 의사가 그 행위의 과정에서 의료기준에 충족하는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이고, 이는 법률 실무가 과실 여부 판단을 하는 기준과 동일합니다. 즉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그 자체로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과실치사죄의 경우 실무상 합의가 안 될 경우 실형의 선고가 일반적이나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선고형이 완화된 것이 의료형법의 실무상 기준입니다.

따라서 이미 엄격한 과실의 판단과 완화된 양형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이상 입법은 상징적인 의미만 가질 뿐이지 원래 의도한 순기능이 제대로 발현되리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쉽게 면책을 허용하는 것은 자칫 형벌의 일반예방적 효과와 피해자보호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쉬운 면책은 부주의를 오히려 증대시킬 염려가 있고, 피해자에게 상응하는 보상의 길을 차단할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의료와 형벌에 있어 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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