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260년 전국시대(戰國時代), 주(周)나라는 사방으로 강대국의 위협에 직면하여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난왕(王)이 즉위하였으나 경제는 파탄이었고 군대는 열악하였고 정치는 혼란스러웠다. 왕실은 명색뿐이었지 아무런 해결책이 없었다.

어느 날 남쪽 초나라가 한나라의 옹지 지역을 공격하였다. 전쟁은 몇 달 지속 되었다. 물자가 부족한 한나라는 급히 동쪽 주나라 지역에서 갑옷과 무기와 식량을 징발하려 했다. 난왕이 이 소식을 듣고 두려워 급히 똑똑한 신하 소대를 불렀다.

“한나라가 쳐들어온다는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겠는가?”

그러자 소대가 아뢰었다.

“천자께서는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제가 나서서 한나라를 설득하면 그들은 어떤 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갈 것입니다. 게다가 천자께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이전에 한나라가 돌려주기로 한 고도(高都) 지역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난왕이 말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는 그대를 재상으로 삼을 것이오.”

소대가 한나라 상국(相國)을 만나서 말했다.

“초나라는 석 달이면 옹지를 무너뜨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이는 초나라가 지쳤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나라가 주나라로부터 물자를 징발한다면 초나라가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이는 한나라가 물자가 없어 곧 무너질 상황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징발을 멈추도록 하시오.”

한나라 상국이 듣고 보니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에 징발을 취소하였다.

이어 소대가 말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전에 약속한 고도 지역을 아직 넘겨주지 않는 것입니까?”

 한나라 상국이 그 말을 듣자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가 무기와 곡식을 징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주나라는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오. 그런데 어째서 주나라에 고도 지역을 내준단 말이오!”

이에 소대가 그 이유를 말했다.

“고도 지역을 주나라에 내주면 앞으로 주나라는 한나라를 믿어 의탁할 것입니다. 이 소문을 서쪽 진나라가 들으면 불쾌하게 여겨 당장에 주나라와 왕래를 끊을 것입니다. 그러면 한나라는 나중에 주나라를 통째로 얻지 않겠습니까?”

한나라 상국이 그 말 또한 맞다 하여 고도 지역을 주나라에 내주었다. 난왕은 소대의 공로를 인정하여 크게 상을 내리고 벼슬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나라의 형편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 이후에 진나라가 주나라를 괘씸하게 여겨 쳐들어왔다. 이에 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이는 ‘전국책(戰國策)’에 있는 고사이다.

궁여지책(窮餘之策)이란 위태로운 상황에서 잠시 위기를 벗어나는 술책을 말한다. 추운 겨울에 길을 가다가 발이 얼었다고 오줌을 누어 녹이는 행위와 같다. 위기가 찾아오면 그 근본 문제를 찾아내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이때 잘라내고 버릴 것은 과감히 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궁여지책을 쓴다면 결국 망하고 마는 것이다.

aionet@naver.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