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감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축구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친 게 얼마만인가 싶다. 엊그제 꼭 이겨야 할 상대인 가나에 3대 2로 졌다. 첫 경기에서 강호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 끝에 비겼고, 이제 피파 랭킹 9위인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남았다. 지금까지 비록 1무 1패로 조별 순위는 최하위이지만 경기 내내 뒤지지 않는 실력과 투지로 잘 싸웠기에, 그 어느 누구도 이대로 멈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는 물론 온 국민이 승리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품고 있기에 어떤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신화가 떠오른다. 일본과 공동 개최국으로 주요 도시에 월드컵 경기장을 짓고, 히딩크 감독을 초빙할 때만 해도 우리가 4강은커녕 16강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는 축구강국으로 통했지만 세계무대에서는 보잘 것 없는 존재였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스타선수도 없었고, K-리그도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온 터라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다. 축구협회에서 세계적인 명장인 히딩크 감독을 선임하고, 감독이 철저히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고, 엄청난 체력훈련을 시키며 짜임새 있는 조직력으로 무장했지만, 본선 직전의 평가전에서 5대 0으로 패배하며 승리를 꿈꾸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지치지 않고 뛰는 체력과 스피드로 무장한 선수들과 국민이 한 마음으로 외치는 승리에 대한 열망은 결국 4강 신화를 이루어냈다.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거리응원을 펼치고, 월드컵 경기 내내 하나가 되었던 그 때 참 행복했었다.

20년 전 그 때 우리가 꾸었던 꿈은 아마 우리도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동북아시아 변방의 미미한 존재가 아니라 세계라는 무대에서 주목 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꿈을 이룰 수 있었고, 그 바탕에는 축구협회와 선수들의 철저한 준비와 국민의 하나된 열망과 무엇보다 우리들의 단결력과 문화적인 저력이 있었다.

꿈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지켜보며 자란 손흥민과 이강인 같은 꿈돌이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꿈을 이루어갔다. 그 때의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선박, 차량 제조 기술을 넘어 반도체 기술이나 K-팝, 드라마, 음식 등 많은 영역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이라는 꿈을 현실화시켜 왔다.

우리 영화가 아카데미상과 같은 세계적 권위의 상을 타고, BTS가 세계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고, 안방극장에서 보는 드라마가 곧바로 세계 여러 나라의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야말로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라는 기적을 이룬 지 20년이 지난 2022년, 우리는 다시 꿈을 꾼다. 이제는 월드컵 성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여야만 한다는 것,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소리쳐 응원하는 공동운명체여야만 한다는 것을 꿈꾼다.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아도, 잘 싸웠다 격려할 줄 알고, 한 목소리로 응원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힘이 될 수 있으면 그게 최고이고, 우리는 이미 최고의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깨닫는다. 1등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최고라는 꿈을 꾸고, 이 꿈은 다시 또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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