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가 여전히 줄고 있지 않으나 수사 의뢰나 고발은 극소수에 그쳐 재발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도 가정 내 문제로 못 본 척 넘어가면서 장기간 학대로 상황이 악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이 가정 내 노인학대로 판정한 1천883건 중 수사 의뢰나 고발이 이뤄진 것은 10건(0.5%)에 그쳤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경우에만 고발한 데 따른 결과다.

고발조치를 하지 않아 장기간 학대가 이뤄진 경우도 다수였다. 사례를 보면 학대 행위자(배우자)가 1년간 매일 피해 노인을 집안에 감금하고 꼬챙이나 칼 등으로 찌르거나 위협하면서 피해 노인의 목과 팔 등에 상해를 입혔다.

또 다른 학대 행위자(자녀)는 5년 이상 수시로 자신의 부모를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등 상해를 가했다. 5년 이상 매일 폭행은 물론 옷을 모두 벗긴 후 이불을 뒤집어씌워 물을 붓거나 폭언하고 각목으로 때리기도 했다. 지난해 재학대 건수는 739건으로 2020년 614건 대비 20.4%나 증가했다.

노인학대 건수는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건수는 6천774건으로 2020년 6천259건 대비 14.2%나 많았다. 2017년 4천622건, 2018년 5천188건, 2019년 5천243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노인학대 행위자가 대부분 가족이라는 점이다. 가해자는 배우자(29.1%), 아들(27.2%) 순이었다. 특히 평생을 같이 산 배우자 학대가 눈에 띈다. 여기에 노인이 된 아들과 딸이 가해자가 되는 등 노·노(老·老)학대의 증가 현상이 심각하다. 노인학대가 가족으로부터 발생하다보니 실제 노인학대는 신고 건수의 3배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게 경찰의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의 원인이 경제 불안과 노인 빈곤의 심화, 이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과 돌봄 부담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배우자든 자식이든 경제·신체·정신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없다보면 결국 노인학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령화는 초 스피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2022년 17.5%, 3년 뒤인 2025년에는 2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했다.
노인 빈곤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OECD 조사대상 37개국 중 가장 높았고, OECD 평균(14.3%)의 2.8배에 달했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 할 노인들이자식들의 눈치를 보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한국의 복지 현실이 가슴 아프다.

우리나라는 노인학대를 단순히 가정 내 문제로 여기는 인식이 많다.

그러다보니 경찰은 실제로 발생한 노인학대는 신고 건수의 3배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정부는 노인학대 실상을 인식하고 범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노인학대 발생 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물론 가해자 및 피해자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노후소득 기반 확충 등 노인 보호를 위한 효율적인 제도가 절실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