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24절기로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지만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이랄까, 겨울이 와도 겨울날씨 같지 않다. 예전 같으면 11월에 감을 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지난 주말에도 영동 고향집에 가서 감을 땄다. 시골에는 젊은이가 없어서 감을 딸 사람이 없다.

이제는 땡감도 물러서 거의 다 홍시가 되었다. 그래도 하나씩 정성껏 그릇에 담아 도시에 있는 친지들에게 선물로 나눠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란 말이 있다. 카톡에 ‘땡감으로 된 홍시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라며 ‘감사 메시지’라도 날라 올 때 현기증까지 나며 땄던 일들이 보람으로 다가온다.

30대엔 백만장자가 되고, 40대엔 미국제일부자가 되었으며, 50대엔 세계제일부자가 되었던 록펠러가 ‘암’선고를 받고 병원에 입구에 걸린 문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란 말이 금구명언(金句名言)이었다.

줘서 행복하고, 받아서 행복한 것이 ‘선물’이다. 선물(膳物:착한 물건)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깨끗해야 한다. 이것을 ‘삼륜청정(三輪淸淨)’이라고 한다. 즉 시자(施者:선물을 주는 사람)와 수자(受者:받는 사람)와 시물(施物:주는 물건)이 깨끗한 것이 ‘삼륜청정’이다. 주는 사람의 마음이 순수하고 깨끗하고, 받는 자의 마음 역시 그러하며, 주는 물건 역시 순수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래서 ‘삼륜청정’의 선물은 ‘정(情)의 가교(架橋)’가 된다.

감나무 고장 영동에서 태어나 감나무와 함께 자랐던 필자는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감나무를 빼 놓을 수 없다. 중학3시절 모내기를 하던 날 점심을 먹고 아버지와 형들은 농막에서 한 숨씩 잤다.

‘새암골’ 입구엔 큰 감나무가 있는데 나뭇가지가 어찌나 잘 생겼는지 틈만 나면 그곳을 찾았다. 그날도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마자 ‘스르르!’ 식곤증과 함께 피곤하여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딱!’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은 비몽사몽간 두 길이나 되는 아래로 떨어졌다. 허나 어찌된 영문인지 몸이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소년은 그래도 혼날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시수(枾樹:감나무) 칠덕(七德)’이라는 말이 있다. 감나무에는 일곱 가지 덕성이 있는데, 첫째로는 ‘장수(長壽)나무’이며, 둘째는 나무에 벌레가 없으며, 셋째는 잎이 무성하고, 넷째는 시원한 그늘 때문에 쉼터로 안성맞춤이고, 다섯째는 가을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는 따다 남은 감은 겨울새들의 양식이 되고, 마지막으로는 감의 탁월한 의약적 효과를 들 수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해주며, 갈증해소와 소화기능을 좋아지게 하는 의학적 기능을 한다고 되어 있다. 감에 들어 있는 떨떠름한 맛의 탄닌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주기 때문에 동맥경화와 고혈압에 도움을 준다고 의학적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감나무가 덕성만큼이나 대접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선물로 받은 홍시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 이것도 공덕이다.

연말연시 음주 후 숙취에는 홍시가 특효란다. 감나무를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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