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윤 교수의 창]재미있는 정치
[박홍윤 교수의 창]재미있는 정치
  • 충청매일
  • 승인 2022.11.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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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오래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내한하여 휴전선을 다녀온 뒤에 기자들에게 자기가 휴전선 최전방의 GP까지 다녀온 것에 대하여 자기 부인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말은 유머이지만 그 내면에는 무수히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2차 대전 때 싱가포르가 일본에 함락당하자 영국 의회가 처칠 수상에게 일당십(一當十)의 힘을 자랑하더니 왜 함락당했는지 질타를 하자 “일본군이 이당십일(一堂十一)로 쳐들어와서”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름있는 정치인일수록 회자하는 유머도 많다.

저명한 사람들은 명분을 살리면서 사건의 본질을 은연중에 보여줌으로써 상대가 더는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고도의 술책으로 유머를 잘 사용하는 기술을 가진다. 이러한 유머는 갈등과 싸움에 지친 사람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관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여유를 준다.

우리 정치에서 이러한 유머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누가 더 심한 막말을 하여 매스컴에 이름을 오르내리게 할 것인가 경쟁을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러한 글을 쓰게 되었다. 국회 사무처에 의하면 21대 국회 출범 이후에 국회 윤리특위에 접수된 국회의원 징계안이 총 32건인데, 그 대부분이 막말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그중에 국정감사에서 피감인에 대한 것이 많다. 호통치고, 개인의 자존심을 뭉개는 것을 넘어서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지”라는 저주에 가까운 말까지 하고 있다. 그 흔한 동물에 빗댄 욕설이나 상간형 욕설은 아니지만, 그 말이 막말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 정치에서 막말 정치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정치인들의 정신세계에 내재하고 있는 권위주의적이고 강한 우월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약한 자에게 강한 행태를 보이는 권위주의는 상관은 부하에게 막말해도 되고, 욕을 해야 더 강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에 익숙하다 보니 막말과 욕설이 은연중에 나오게 되어 구설수를 겪는 것이다. 막말이나 험한 말은 타협과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정치인이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한 막말이 난무하는 곳에서는 대화가 존재하지 못하고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참으로 용감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도 현명하게 참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심한 욕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마음으로 욕을 하거나 다리 아래에서 원님을 욕한다. 더 현명한 사람은 욕한 사람을 칭찬하거나 유머로 넘긴다. 현명한 사람은 남을 욕하면 자신도 욕을 먹는다는 진리를 알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지금의 대학에 해당하는 태학관의 유생들이 길에서 황희 정승을 만나자 “네가 정승으로 있으면서 임금 그릇된 것을 바로 잡지 못하는가!”고 막말을 하자 황희는 성을 내기는커녕 젊은 사람들의 기개가 높으니 나라의 앞날이 밝다고 기뻐했다고 한다. 이런 여유가 있는 정치인이 많으면 정치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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