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 630년,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신하들과 나눈 담론 중에 정치와 국정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아 ‘정관정요(貞觀政要)’를 편찬하였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지도자의 지침서로 손꼽힌다.

당 태종은 왕위에 오르기 전에 검약하겠다고 신하들과 약속했다. 하지만 왕위에 오르자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치와 향락이 심해졌다.

왕의 자리에 오르면 나라 안에 최고의 부를 가지게 된다. 또 왕보다 높은 이가 없으니 왕의 명에 거역하는 자가 없다.

왕의 말이 곧 법이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공정은 사라지고 사사로움이 우선인 것이다.

이에 관해 어느 신하도 간언하지 못했다. 벼슬을 얻었으니 공연히 왕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쫓겨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신하 위징(魏徵)이 나서서 간언하였다.

“왕께서는 입으로는 백성을 걱정하면서 하는 행동은 자신의 향락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궁궐을 화려하게 짓고 연회장을 넓히고 재물과 재화를 모으는데 즐거워하십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편치 않는다고 하면서 옳은 말을 하는 신하의 입을 미리 막으십니다. 백성들은 힘들게 일을 해야 부리기 쉽다고 여겨 고되게 살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백성은 나라의 근본인데 근본이 편안해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것에 배치되는 일입니다. 임금이 사치를 좋아하면서 백성들에게는 순박한 생활을 강요한다면 실현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초기에는 인재를 구하는 일을 국정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폐하의 마음에 따라 사람을 등용하십니다. 게다가 능력 있어 등용한 사람이라도 측근 중에 누군가 헐뜯으면 그 사람을 버리십니다. 또 오랫동안 폐하를 위해 일한 사람도 그 공로를 생각하지 않고 헐뜯는 사람의 말을 믿어 내치십니다. 이는 바른 도리를 지키는 사람은 자리를 지키기 어렵게 만들었고, 능력도 없이 지위만 욕심내는 자들은 날로 출세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러니 조정은 당장 눈앞의 위급함을 면하고자 할 뿐 누구도 나라를 위해 일하려 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왕께서는 대외에 뽐내기를 좋아하여 거리낌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십니다. 나라의 공업을 이룬 것도 없는데 그저 말로 위대함을 과시하고, 앞 시대의 제왕을 경멸하고 현자와 공신들을 업신여기십니다. 이는 오만한 마음이 자란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치우십니다. 반대하는 신하들을 제거하고 반대하는 백성들을 해치우셨습니다. 법을 준수한다고 하면서 도리어 법을 무시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국정은 왕의 눈치를 살피는 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누구도 백성을 위한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행여 백성들이 들고일어날까 두렵습니다.”

태종은 며칠 고민하다가 이 간언을 받아들였다. 이후 당나라는 크게 발전하였다.

화복유기(禍福由己)란 불행과 복은 자신이 초래하여 생긴다는 뜻이다. 지도자가 바르고 공정하면 백성이 수긍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화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이 무너지면 화목이 깨진다. 이는 나랏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광화문 일대의 대규모 촛불 시위를 보면서 자꾸 불행한 지도자의 쓸쓸한 퇴장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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