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571년 춘추시대, 이 무렵 정(鄭)나라는 뿔은 진(晉)나라에 잡히고 꼬리는 초나라에 잡힌 가련한 암소 같은 처지였다.

이 두 나라가 정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자주 쳐들어왔다. 그때마다 정나라는 한바탕 난리를 쳐야 했다. 나라가 작으니 강대국의 기침 소리에 자주 태풍을 만나는 격이었다.

게다가 군주 희공(釐公)은 간신들의 말을 믿어 나랏일을 잘 이끌어가는 재상 자사(子駟)를 제거하려 했다. 하지만 자사가 이를 미리 알고 선수를 쳤다. 궁궐 요리사를 시켜 몰래 음식에 독약을 넣었다. 그날 저녁을 먹은 희공은 일찍 잠들었는데 다음날 깨어나지 못했다.

자사는 이어 희공의 형제들을 제거하고 희공의 아들 가(嘉)를 왕으로 세우니 이가 간공(簡公)이다. 이때 간공의 나이는 겨우 다섯 살이었다. 이후 자사는 신하 자공을 핵심 심복으로 두어 믿지 못하는 신하들을 대규모로 숙청했다. 이로 인해 재상 자사의 지위가 튼튼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군주의 자리를 탐하여 어린 간공을 죽이고 자신이 제위에 오르려 했다. 이 일을 역시 자공에게 맡겼다. 하지만 자공은 이 무렵 권력의 맛을 알아 자신이 재상에 오르려 했다. 자신의 측근인 장수 위지(尉止)를 불러 음모를 꾸몄다.

“자사가 군주를 죽이고 제후에 오르려 한다. 이는 신하의 도리를 저버리는 반역이자 나라의 정통성을 무너뜨리는 패륜이다. 그러니 반역자를 처단하는 것이 장수의 올바른 도리이다.”

이에 위지가 한밤중에 군대를 이끌고 자사의 집을 쳐들어갔다. 자사는 물론 그 가족과 일가와 측근들을 모조리 주살하였다.

자사는 자공만큼은 자신을 따를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격이었다. 자사를 없애자 이번에는 자공이 자신이 군주에 오르려 하였다. 이에 신하 자산이 말했다.

“재상 자사가 제후에 오르려다 주살되었는데, 지금 자공께서 이를 본받으려 하니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이러다가는 정나라의 내란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이에 자공이 자산의 말을 들어 그만두었다. 대신에 재상을 맡아 정나라 최고 실력자가 되었다.

이후 자공은 권력이 튼튼해지자 다시 간공을 제거하고 자신이 군주에 오르려 했다. 하지만 이때는 자산을 비롯한 간공을 모시는 신하들이 먼저 손을 썼다. 어느 날 간공이 재상 자공에게 신하를 보내 입궐을 명했다.

“신하들의 인사 문제로 재상과 상의하고자 하니 입궐하시기 바랍니다.”

마침 자공이 자신의 측근들을 지방관으로 여럿 임명하고자 했다. 이에 서둘러 궁궐로 들어갔다. 간공의 측근들이 계략을 꾸미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자공은 들어오자마자 체포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목이 잘려나갔다. 이어 자공의 측근들도 줄줄이 숙청되었다. 이로써 간공은 실질적인 군주의 권력을 되찾아 전면에 나섰다. 정나라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내란이 마침내 종식되었다.

약자선수(弱者先手)란 장기나 바둑에서 수가 약한 사람이 먼저 두는 것을 말한다.

약자가 강한 상대를 이기려면 대등한 상태로는 이길 수 없다. 공격을 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해야 승산이 있다. 선수를 둘 때는 반드시 치밀해야 한다. 그래야 일격에 적을 쓰러뜨릴 수 있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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