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혜 청주 오창호수도서관 사서

최준혜 사서
최준혜 사서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가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플랜테리어)나 희귀식물을 통한 재테크(식테크)이다 보니 자연히 화분을 들이게 되었는데 얼마 못 가서 죽이고 말았다. 그래서 ‘이웃집 식물상담소’를 보고 “아! 식물학자가 소개하는 식물 이야기는 각각의 종에 대해 자세하고 조금 더 근본적으로 잘 키울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그곳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흔히들 선물로 많이 주고받는 꽃다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화병에 꽂아 놓으면 자연히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생명력에 절단된 꽃이 죽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절화(잘라서 파는 꽃)는 식물의 전체 형태를 생각해보면 뿌리가 잘렸으니 이미 죽어 있는 상태이다. 단순히 꽃이 지지않았다고 살아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 외에도 꽃의 DNA를 건드려 임의대로 모양을 바꾼 원예품종은 사람으로 따지면 팔이 많아야 이쁠 것 같아서 팔을 여섯 개로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우리 지옥에서 만나요’편의 내용으로 동물에 비해 식물의 이종교배 실험은 더 쉽게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윤리적 죄의식 없이 이루어진다고 생각되었다. 식물 또한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물인데도 말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이를 따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식물은 어른이 더 선호하는 분야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아무 움직임이 없는 식물보다 생동감 있는 동물이 더 인기 있다. ‘어린이 식물애호가’편에서 자기는 식물이 좋은데 주변에 같이 좋아해줄 친구가 없어 외로워하는 아이에게 인생은 원래 외로운 것이라며 농담 삼아 위로를 하지만 혼자만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행운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해준다.

당장은 함께 좋아할 사람이 없어 외로울 수 있어도 꿋꿋이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 내가 좋아한 것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담긴 위로를 건네준다.

‘식물을 좋아하기 시작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에서는 꼭 깊게 파고들어야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해준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전시만을 위한 식물원이 나쁘지만은 않고, 직접 식물을 키우면서 맛보고 알아가는 것과 학문적으로 연구를 하며 알아가는 것 어느 방향이든 식물에 대한 관심이라면 큰 성과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도서관을 홍보할 때 하는 생각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도서관이 어려운 공간이 아니라는 것, 꼭 책을 읽으러 오지 않아도 시민들 삶에서 휴식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이 책은 식물을 좋아하고 식물을 어떻게 키우게 되었는지 등의 관심사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어느새 취업 이야기, 진로 이야기, 돈벌이 등 요즘 사는 이야기로 내용이 이어진다. 담담한 문체로 식물과 자연환경 속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쓰여있어 차 한잔과 곁들어 읽기 좋은 책이다. 

저자는 현재 식물학자로 일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식물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표지부터 시작해 중간에 들어가 있는 식물 그림들이 아름답고 세밀하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신혜우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로, 글과 어우러지는 그림들을 하나씩 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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