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 한다. 다른 말로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이다. 156명 사망, 187명 부상의 이태원 참사가 이를 다시 증명하였다. 이태원 참사는 그 발생부터 처리 과정까지 사고가 발생하고 커질 수밖에 없는 모든 요인을 가지고 있다.

영미권의 전통 행사인 핼로윈데이는 질서보다는 무질서를 특징으로 한다. 이와 같이 질서가 없는 곳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용산구청과 경찰서가 이태원 핼로윈데이에 많은 사람이 밀집할 것을 예측하여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인파 관리 계획을 세웠지만, 서울경찰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계획이 제대로 집행되었다면 사고를 예방했을 것이다. 축제의 관리 주체가 없다고 지역 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도 준수되지 않았다.

사고 발생과 관련하여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의 1:29:300 법칙은 사고나 안전과 관련하여 사망자가 1명 나오기까지 경상자가 29명 발생하고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한 아차 사고가 300건이 된다는 것이다. 사고 전날과 사건 당일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112에 위험 신고가 폭주하여 사건의 징후를 보였지만 이를 일상적인 신고로 대응하였다. 사고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잃어버려서 사고를 키웠다.

사고에 대응하는 행정조직의 관료적 행태가 사고를 유발하고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먼저 법규만능주의 행태에 의하여 핼로윈데이과 같은 주체가 없는 조직에 대한 안전관리 관련 법규가 없다고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관료제 조직의 병폐로 지적되는 부처 할거주의에 의하여 1조5천억원이나 들인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하지 않고, 구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행정안전부, 119 모두 따로국밥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만 공을 들였다. 대통령 특별 지시라고 특별 마약 단속에만 관심을 가지고 실제 필요한 질서 유지에는 장관부터 관심 밖이었다. 지휘관이 없다고 대응하지 않은 전형적인 상관 바라기 관료행태이다.

이 모든 것의 근저에는 안전 불감증 또는 안전문화라는 정신세계가 정착되지 못한 요인이 있다. 안전문화는 안전에 대한 신념, 가치, 태도로 안전과 관련된 삶의 방법을 의미한다. 안전문화는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문화이다. 국가는 국방 이외에 개인 삶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기업은 이윤 추구보다 안전을 가장 앞에 내세워야 하며, 개인도 언제 어디서나 공공의 안정을 해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예측건대 이태원 사건의 직접적 발단은 좁은 골목에서 고의로 몇몇 소수인이 사람들을 밀어서 도미노 현상을 가져왔을 수도 있다.

우리의 부모들은 항상 길 조심하고 사람 조심할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이를 지키지 않았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다 참사의 책임 소재를 따지고,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소수의 희생양을 만들어 문제를 덮고, 안전을 권력, 돈, 축제 뒤에 놓으면 우리에게는 더 큰 사건과 사고가 항상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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