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표지부터 독특한 이 책은 스웨덴의 최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각종 상으로 빛나는 최고의 작가인 안나 회글룬드가 글과 그림을 같이 작업했다.

제목에서 던지는 메시지도 강하고 충격적이이다. 왜지? 로 시작해서 책장을 넘길수록 난해하고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어느새 주인공들의 삶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옛날에 원하지 않던 여자아이가 태어났고, 그 아이는 버림받는다. 아이는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눈먼 개에게 발견된다. 개는 앞을 보지 못했고 아이는 눈을 감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는 모든 것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둘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갈 길들이 바쁘다. 행정관을 찾아가 하소연하니 모든 것은 행정절차대로 공정하게 행한다며 하수구에서 일을 하도록 한다. 지하에서 온종일 일하고 좀처럼 잠들지 않는 도시의 벤치에 앉은 아이는 잠시 잠든 사이에 사마귀가 두고 간 초록색 실뭉치의 실을 잡고 지하로 내려간다. 그나마 조금은 편안한 그곳에서 사마귀가 알려준 대로 세피아를 찾는다. 문어였다. 눈을 감고 싶고 다시 도시로 올라가지 않고 여기서 잠을 자고 싶다고 외치지만 문어는 올라가면 쓸 데가 있으니 잉크 한 병을 가지고 올라가라 한다. 초록실을 잡은 개가 아이를 부른다, 어서 올라가자고. 다시 쓰레기 더미로 올라오니 헌 매트리스에는 털실로 짠 담요가 놓여 있고 아이는 그 위에서 눈을 감고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뜬 아이는 몇 번이나 눈을 깜박이며 그곳에 늘 있었던 것들을 바라본다. 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책상 위에 놓인 쪽지와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책과 잉크 펜을 발견한다. 둘은 여전히 찾아낸 것을 똑같이 나누었고 아이는 빈 책을 채워간다. 이제 둘의 공간은 아름답고 따스하게 변하고 개는 꼬마 친구를 하나 더 발견한다.

버려진 아이는 장애를 가진 개에게 발견된다는 설정부터가 처참하다. 평범하지만 무관심한 현대인들에게 가하는 철퇴 같다. 금수만도 못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 더 절실해지는 내용이다.

아이는 개와 생활하면서 공정을 배우고 개의 사랑으로 같이 지내면서 고충을 해결하려 노력한다. 비록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그들의 희망과 노력에 답이 온다. 사마귀와 문어는 우리 인간 중에 그 누구여야 했겠으나, 작가는 그냥 은유로 끝냈다.

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찾기 위해 지하세계로 가면서도 개와 연결된 녹색 끈은 놓지 않았고 개 역시 그 끈을 따라가 아이를 세상 밖으로 데려온다, 어쩌면 아이가 눈을 감지 못해서 세상이 더 비참해 보였을 수 있다. 지하 세계에서 누군가에게 받은 희망은 지상에서 드디어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었던 사실을 깨달았을 수도 있다.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각자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짓듯이 말이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개가 보여준 우정과 신뢰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가진 우울과 소외감이 어디서 오는지 깨닫게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보고 싶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있다. 그런 우리에게 눈을 감지 못하는 아이는 외친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눈을 크게 뜨라고. 둘의 이야기는 그걸 넘어 어쩼든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절실하게 나누고 할 수밖에 없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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