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재판의 지연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연이 되는 이유를 찾자면 무수히 많을 수 있겠으나 실무에서 보자면 의도적인 해태 즉 직무불성실에 의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솔직히 모두들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법과 원칙에 따라 사명감을 가지고 사건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는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의 수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충실한 심리와 신속한 재판은 그 자체로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개념입니다. 아무래도 사건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충실하게 양측의 의견을 종합하며, 그에 부합하는 증거를 검토하자면 그에 따르는 물리적인 시간은 필수적인 요소기 때문입니다. 부연하여 사건에 대한 준비를 모두 해놓고 재판을 하면 좋겠지만 재판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대립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원고와 피고 혹은 검사와 변호인의 당사자가 대립하는 구조를 취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변론이라는 상호간의 공방이 펼쳐지면서 완성되어 가는 것이기에 반박의 순환구조를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재판이 지연된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충실한 심리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도 있기에 지연을 부정적이라고만 볼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법률 선진국에서도 당연해 보이는 사건도 그 결론이 도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문제는 충실한 심리와 신속한 재판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 것인가입니다. 여러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으나 결국은 재판부의 증원을 통해서 각 재판부의 심리사건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러한 전제를 충족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지연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속한 재판을 강조한다면 결국 각 사건의 심리를 축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필요한 심리를 위한 증인신문이 기각되거나 예단을 형성한 이유에서 필요한 공방의 기회를 더 이상 부여하지 않고 재판이 마무리되는 경우 등입니다. 결국 시간에 쫓기게 되면 이러한 현상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지연이 적극 문제가 되고 있는 이상 이러한 문제점은 심화될 것입니다. 더군다나 대법원은 지금까지 1심 충실화의 기조를 이어왔는데 신속한 재판을 강조하는 것은 이 기조에 역행할 우려까지 있습니다. 사실 재판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바는 99건의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것 보다는 1건의 억울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확해 보이는 증거라도 그 오류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민사재판에서 소명이 아닌 입증을 요구하고,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는 명확한 정도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위와 같은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재판부를 증원하지 않고 계류 중인 사건수를 유지한 체 신속한 재판을 강조한다면 결국 각 사건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재판 또한 사람이 하는 이상 시간은 유한한 것이고, 언제까지 판사라는 이유만으로 희생만을 강조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재판부를 증원하여 각 재판부에 돌아가는 사건의 수를 경감시킨다면 충실한 심리의 기조를 가능한 유지하면서도 신속한 재판을 꾀할 수 있으리라 보입니다. 사법서비스의 관점에서 재판부의 증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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