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고통 호소’ 충북도민 증가
전문가 “집단 트라우마 발생 우려”
정부 “일반시민도 심리상담 지원”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이태원 참사가 유발한 트라우마가 충북지역에 드리우는 양상이다.

비극 현장에 있진 않았지만 사고 발생 초기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현장 영상을 접한 후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도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층에 익숙한 장소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한 데다 희생자 대부분이 20대여서 비슷한 연령대에 가해진 충격은 컸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로 인해 집단적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며, 20대 전후 연령대를 중심으로 정신적 상처를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충북도내 20대 대학생 A씨는 지난달 29일 밤부터 이태원 압사 소식을 인터넷과 SNS로 접한 뒤로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증세는 SNS에 퍼진 사고 당시 희생자들의 절규하는 모습과 구급요원이 집단으로 거리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장면, 푸른색 모포에 덮인 채 거리에 누워 있는 사망자들의 사진들을 본 뒤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A(24)씨는 “참사현장 영상을 보고 난 뒤 사고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기사를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며 “나도 당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결코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지고 기분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청주에 거주하는 B(30·여)씨도 “뉴스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접한 뒤 해당 장면이 생생하게 자꾸 생각나 마음이 안 좋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며 “충격이 가시질 않아 기분이 싱숭생숭하고, 종일 힘이 나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충북지역 한 맘카페에선 참사 발생 다음 날인 30일부터 심리적 불안을 겪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글은 대부분 “현장 사진이랑 영상을 보고 너무 충격이다”, “끔찍한 장면이 잊히지 않아 잠이 오질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날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가 운영 중인 충북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도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직접 사고를 겪지 않더라도 사고 현장을 목격하거나 SNS나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본 누구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도내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사고 현장 등에 대한 소식에 수시로 노출되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며 “고통스러운 사진 또는 영상 등과 거리를 두고, 혼자 있기보단 가족과 친구,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격적인 장면을 접해 나타나는 떨림과 불안 등은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다만 시간이 지나도 본인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반드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에서도 유가족과 부상자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에게도 심리상담·치료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일반 시민도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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