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두번째 로컬 프로젝트 전시
내달 11일까지 우은정 ‘참 아름다운 신화(神話)의 시간’展
작가의 작업 과정·내러티브 중점적으로 연출 ‘눈길’
자연·인간 감정 사유담은 드로잉·유채작품 선보여

청주시립미술관 로컬 프로젝트 2022, 청주지역 중진작가 우은정의 ‘참 아름다운 신화(神話)의 시간’ 전시 전경.

 

우은정 작가.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청주시립미술관(관장 이상봉)은 청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다층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올해 두 번째 로컬 프로젝트 전시에서 우은정 작가의 ‘참 아름다운 신화의 시간’展을 다음 달 11일까지 개최한다. 

우은정(61) 작가는 충북 제천 월악산이 보이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무명의 화가였던 아버지 영향을 받고 성장해 자연스럽게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청주대학교에서 회화와 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회화학과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글쓰기와 미술에 심취해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노동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업 작가로 기인적 삶을 추구한다.

작가는 먼 길을 홀로 걸으며 수행의 과정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감성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갖고 작업에 임한다.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이야기와 색, 선으로 화폭에 담아 표현하며,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이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에 집중하며 작업하고 있다.

작업의 표현방식도 종이 위에 유채나 수채화 물감, 또는 흑연 등 복합적인 재료의 사용과 즉흥적 행위에 의한 표현방식으로 수많은 습작의 과정을 반복해서 작품을 완성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작업도 수행과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보인다.

‘참 아름다운 신화(神話)의 시간’ 전에서는 작가의 작업 과정과 내러티브가 중점적으로 연출됐다. 작가는 스케치북을 들고 전국 곳곳을 걸어 다니며 자연에서 마주한 나무를 그렸으며, 이 드로잉들이 축적돼 작업의 토대가 됐다. 전지 사이즈의 나무 드로잉 연작들은 그가 밤길을 걷는 동안 체감하며 느꼈던 적막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한 밤길을 그린 ‘신선(神仙)이 사는 마을’, 바람을 드로잉 한 ‘바람의 결에 바람으로 서서’는 그가 몸으로 체득한 인간의 근원적인 그리움에 대한 사유로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상봉 청주시립미술관장은 기획 의도에 대해 “인간의 감정에 대한 또 다른 사유로써 ‘참 아름다운 시간’ 연작과 ‘참 아름다운 신화(神話)의 시간’을 통해 인간이 갖는 보편적인 감정인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며 “우 작가는 보여지는 이미지 속 인간의 내면과 그 근본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하며 걷는 수행자로서, 우리를 그만의 독특한 사유의 시간으로 인도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종일 뻐꾸기 소리에 갇혀 걷는 내내 차 두 대를 만난 적도 있고, 밤길을 걷는 동안 볼 수 있는 것은 하늘과 땅이 전부였던 적도 있다. 매년 종이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떠난 길들은 묵 같은 시간이었다. 길에는 늘 커다란 달이 생각으로 따라다니고, 밤새의 울음이 환청으로 따라다니고, 부드러운 바람이 온몸을 달콤하게 휘감는가 하면, 흰 것이 보일 듯이 말 듯 의식의 너머에서 그를 가당찮은 지경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 원이다. 인간의 궁극적인 한 물음이든 두 물음이든 뭐든 간에 길 위에서 맞닥뜨렸던 그 사유를 깊이 있고 그럴듯하게 그릴 순 없을까? 그 궁극의 시간을 시시각각 그때마다 보고, 느끼고, 만나고, 사유한 별 쓸모 없었던 그 시간을 이편의 세계와 저편의 세계 중간쯤 어디에서 ‘깨어 있음’으로 느낀 실존의 이미지쯤으로 표현이 될까? 이편의 세계와 저편의 세계를 꼴라쥬로 감정 이입을 하면 거기에 지난 시간으로 되돌려 오늘, 색으로 범벅을 한 지금의 시간으로 꺼내 보아 참 아름다운 신화의 시간이라고 다시금 칭할 수 있을까?”

우은정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작가가 정처 없이 멀리 걷는다는 것은 자신을 ‘심심한 가운데에 놓아 보는’ 곤혹스러움 그 자체라고 한다. 아무런 재미가 없는 지루함, 끝없이 깨어 있길 요구하는 끝없는 길. 작가는 길 위의 시간이 삶이라면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가도 또한 그런 연유로 또다시 태어나 다시 길 위에 서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번 전시는 작업 과정을 중점적으로 구성해 작가가 스케치북을 들고 전국 곳곳을 걸으며 마주한 자연과 인간 감정에 대한 사유를 담은 드로잉 및 유채작품 등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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