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청주, 하반기 기획전 ‘가을 햇살 속’ 개최

이지영 作 ‘아직 멀었나’ Acrylic on canvas and needlepoint 90.9 x 72.7cm 2022. 소영란 作 ‘Floating’ 72.7 x 60.6cm  Oil on canvas 2020.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청주 흥덕구 가경동 문화예술공간 갤러리청주(관장 나미옥)는 다음 달 3일부터 12월 7일까지 2022년 하반기 기획전 ‘가을 햇살 속’을 개최한다.

‘가을 햇살 속’은 청주와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김병진, 김지현, 소영란, 손희숙, 이영우, 이지영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병진 작가는 전쟁 속에서 벌어졌던 가혹한 ‘인간성 상실’에 관한 문제를 수년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우슈비츠수용소 가스실 벽에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보려고 손으로 두드리고 손톱으로 긁었던 손톱자국 사진 한 장이 그가 수년간 집중적으로 다뤄왔던 ‘Holocaust’ 연작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전쟁반대의 의지를 표명하며 인류 평화의 문제를 고민한 작품이다. 두꺼운 판화지에 먹을 입히고 스크레치를 내거나 뜯어내고 입히는 반복적 기법과 물감이 뒤덮인 화면을 촛불로 그을린 뒤 손도장 지문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기법을 활용했다. 전체화면에서 보이는 색상은 특정 국가가 지닌 고유한 색상에서 기인하고 수많은 손도장 지문은 ‘인류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의 서명’임을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김지현 작가는 동서양의 장르, 재료, 구성과 관념의 능선을 평생에 걸쳐 도전하고 파괴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70대 원로작가인 그는 10년을 주기로 새로운 예술세계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전통한국화, 인물화, 부조, 콜라주, 날개 연작에 이어 붉은 벤치 연작을 마무리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최근 미발표 신작인 추상작품을 만나보게 된다.

김 작가는 20년 넘게 ‘날개’와 ‘붉은 벤치’ 연작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와 눈에 보이는 제한된 시각적 틀의 한계를 벗어나야 진정한 자아와 이데아를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추상작품은 자신 스스로도 형체와 관념을 모두 벗어버리고 올곧게 ‘그리기’ 하는 행위와 색채 그리고 형상 밖의 물질만이 존재하는 화면을 만나게 된다.      

소영란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환경이나 사물의 이미지를 체득하고 함축시켜 기억한 후,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하나씩 끄집어내 구체화 시키는 방식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조형 세계는 일상에서 흔히 보았던 실체인 듯 아닌 듯하기도 하고, 친숙한 공간인 것 같기도 하고 꿈속의 공간이기도 한 듯하다.

손희숙 작가의 작품은 기억의 의도적 재해석에 있다. 삶의 과정속에 오감을 통해 가슴속 깊이 저장되고 응축되었던 감정의 흔적들이, 작가의 영감과 의도를 통해 작품으로 재해석돼 표출된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영우 작가의 활기차며 자유분방한 화면은 ‘물감놀이’를 하는 어린아이와 같다. 주변 풍경과 일상의 사건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재미있고 꾸밈없이 그려진다. 이 작가가 그려내는 화면은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움을 가슴으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의 자유와 즉흥적 표현방식이 화면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지영 작가의 작품은 여성의 구두 하히힐을 털처럼 보이는 것들로 형상화한다. 작은 털들은 마치 여성이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듯 일일이 붓으로 화면에 그려 넣는다. 구두의 형태는 신을 수 없는 형태로 괴상하게 변형돼 있다. 이 작가의 하히힐은 여성의 자존심이라 포장한 여성의 무기력함을 이상하게 변형된 구두의 형상을 통해 정체된 젠더의식을 이야기한다.

나미옥 관장은 “쉼 없이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자연처럼 끊임없는 노력과 변신을 멈추지 않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결실의 기쁨을 만끽해 보자는 의미에서 기획했다”며 “‘가을 햇살 속’은 매년 연초면 새로운 마음과 다짐으로 한해의 수확을 위해 씨를 뿌린 작가들의 결실을 수확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관객과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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