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의 세상이야기]고구마
[홍석원의 세상이야기]고구마
  • 충청매일
  • 승인 2022.10.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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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어릴 적 부모님 일손을 돕기 위해 심어봤던 고구마를 몇십여 년 만에 금년에는 두 번이나 심으며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아내가 고구마를 좋아해 필자소유 농장 한쪽 구석에 시장에서 한판 사다 심었고, 또 한번은 용명산(용담, 명암, 산성)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불우이웃 돕기 명목으로 심은 텃밭 가꾸기 행사에서 심었다.

예전엔 줄기를 구부려 옆으로 심으라고 해서 호미로 파고 심었었는데, 지금은 비닐을 덮고 심기 때문에 줄기를 구부려 잡을 수 있는 도구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농장에는 상추, 고구마, 고추, 가지, 토마토 등을 심었는데, 이웃 주민이 이곳에 고라니가 있으니까 그물을 치라고 했지만, 귀찮기도 하고 녀석이 먹으면 어떠냐고 그냥 놔뒀다.

매일 물도 줘가며 가꾸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상추가 제법 자라 먹음 짓하고 풍성해 된장에 상추 밥상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보니 상추밭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가운데 맛있는 속만 잘려있어 마치 사람이 뜯은 것 같아, 순간 애꿎은 사람을 원망하기도 했었는데, 나중에 고라니 녀석이 그렇게 먹는다는 것을 알고 기가 찼다.

남은 상추를 며칠 동안 나도 뜯고 고라니도 먹으며 사이좋게 나누다 보니 두 달 이상 먹을 요량이었던 푸성귀가 곧 바닥이 났다.

상추가 끝나자 다음 차례는 고추였는데 한두 포기씩 잘려나가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도 동이 났다. 상추 고추가 초토화되자 이번엔 고구마가 대상이었는데, 이 역시 며칠 사이 해치워버려, 짐승들 피해 보며 농사짓는 농민들 심정이 어떨까 생각해봤다.

금년에 심은 것 중에 토마토하고 가지는 녀석이 먹지 않아 오래도록 먹으며 고라니가 해치운 손실을 보충했다고 위안 삼았다. 고구마는 그 후에도 싹이 살아있어서, 몇 달 후 손자하고 혹시나 하고 캐어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어 체면을 구기고 어린 손자에게 실망만 줬다.

또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심은 고구마는 멧돼지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곧바로 철망 작업을 해 추후 피해는 막았다. 멧돼지 피해를 받고 자란 고구마를 시월 한날 텃밭체험 학생들하고 자치회원 20여명이 모여 고구마를 캐었는데, 제법 많이 수확하여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하게 돼 회원 모두 만족해했다. 고구마는 지난 시대 농촌에서는 소중한 겨울 양식이었다.

그 시절 농촌의 대부분 가정에서는 방 위쪽 한구석에는 가을이면 고구마 통가리를 만들어 보관하고 겨우 내내 먹곤 했는데 쌀을 대신한 주식이었다. 크다 마른 어린 고구마는 삶아 말려서 간식으로 또래들과 소꿉장난하며 나누어 먹었는데 참으로 맛있었고 잊지 못할 추억의 음식이다.

고구마는 지난 시절엔 쌀이 귀하고 먹을 것이 없어서 먹었지만, 요즘엔 웰빙 건강식으로 환영받고 있다. 오랜만에 고구마를 직접 심고 수확해보니 예전에 부모님 따라 심었던 추억과 어머니가 삶아주셨던 고구마 생각이 절로 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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