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에 따라 보호 처분을 받는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선을 만 13세로 낮추기로 했다. 사회환경의 변화로 청소년들의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흉포화하는 데다 습득한 법 정보로 촉법소년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나온 조치다.

법무부는 26일 형법·소년법을 개정해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내리겠다고 밝혔다.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으로, 이들은 형사 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 처분을 받는다.

법무부의 법 개정 이유는 명료하다. 전체 소년 인구가 감소함에도 촉법소년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등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강도, 강간·추행, 방화, 절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2017년 6천286명에서 2021년 8천474명으로 늘어나 증가율이 34.8%에 달했다. 특히 만 13세와 12세 비중이 높았다. 5년간 촉법소년 3만5천390명 중 13세는 2만2천202명(62.7%), 12세는 7천388명(20.8%)이다.

촉법소년 제도를 방패 삼아 저지르는 범죄 악용으로 국민적 여론이 비교적 법 개정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13세 소년이 꾸지람을 들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는가 하면, 중학생들이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훈계한 식당 주인을 찾아가 “우리는 사람을 죽여도 교도소에 안 간다”며 난동을 부려 사회적 논란이 됐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기준이 처음 만들어진 1953년에 비해 소년의 신체가 성숙해진 점도 연령 조정에 고려했다.

그러나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하고,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근본적 예방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법무부의 소년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유엔‘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할 뿐 아니라,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소년범에 대한 부정적 낙인 효과 확대도 지적했다. 미성숙한 청소년에게 전과자 낙인을 찍으면 교화 가능성은 줄고 재범률이 증가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엄벌주의로 소년범의 처벌을 강화했더니 오히려 재범률이 증가해 처벌보다는 개인별 맞춤형 교화로 효과를 봤다는 외국의 사례도 있다.

청소년은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국가의 미래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소년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앞서 다시 유해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보호하고,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대책을 우선해 시도할 필요가 있다. 소년범의 교화·교정 기능 강화와 인프라 확충도 세밀하게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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