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까지 ‘홍명희 문학제-바다를 건너온 임꺽정’ 개최
학술강연·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전시·답사 등 진행

‘제27회 홍명희 문학제-바다를 건너온 임꺽정’ 포스터.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충북작가회의(회장 김덕근)는 독립운동가이자 소설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문학적 가치를 조명하는 ‘제27회 홍명희 문학제-바다를 건너온 임꺽정’을 지난 2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제주도 제주문학관 일원에서 개최한다.

홍명희 문학제는 그동안 벽초의 고향인 괴산과 청주를 비롯해 소설 『임꺽정』에 등장하는 주요 무대인 서울과 파주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 연장선에서 올해는 특별히 제주에서 개최하게 됐다.

김덕근 회장은 “소설 『임꺽정』에는 주요 인물들이 제주도를 다녀온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를 계기로 올해는 제주도에서 문학제를 개최하게 됐다”며 “제주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제주작가회의, 제주민예총 등 제주의 기관·단체와 협력해 분단과 갈등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소망하는 홍명희 문학제가 평화의 섬 제주에서 열리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밝혔다.

문학제 프로그램은 학술강연, 공연, 영화상영, 전시, 답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학제 본행사는 오는 27일 오후 2시부터 제주문학관에서 열린다. 본행사는 개회식에 이어 다큐멘터리 영화 ‘Pay Off’ 상영, 학술강연, 공연 등으로 이어진다. 영화 ‘Pay Off’는 소설 『임꺽정』의 출판과 출판권 계약이 이루어지기까지 20여 년의 과정과 그것이 갖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영화 ‘김군’을 연출한 강상우 감독이 연출했다.

이어 ‘대하소설 임꺽정과 제주’를 주제로 충북작가회의의 류정환 시인이, ‘소설 임꺽정의 어휘 연구’를 주제로 제주대학교 배영환 교수가 강연한다.

본행사의 마무리는 판소리 ‘임꺽정가’ 무대다. ‘임꺽정가’는 소설 임꺽정의 전체 서사와 정서를 담은 창작 판소리다. 판소리 명창 서동율 조동언 조애란을 비롯해 고수 김철준이 출연한다.

본행사 외에 전시행사인 ‘제27회 홍명희 문학제 특별전’은 지난 24일 개막해 오는 30일까지 ‘갤러리 포지션민 제주’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연구된 벽초 홍명희 관련 자료, 소설 『임꺽정』, 27년간 진행된 홍명희 문학제에 관한 자료와 영상 등이 전시된다. 특별 행사로 오는 29일 오전 11시 영화 ‘Pay Off’를 연출한 강상우 감독과 시민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소설 『임꺽정』의 일부 배경으로 등장하는 제주도 관련 지역 답사는 28일, 2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28일에는 소설 『임꺽정』의 배경지인 정의현청, 대정현을 비롯해 조선시대 역사 유적지를, 29일에는 4·3평화공원을 답사할 예정이다.

1996년 시작된 홍명희 문학제는 충북작가회의와 사계절출판사가 공동으로 개최하면서 학술 논문을 비롯해, 문학비 건립, 생가 보존, 문화콘텐츠 생산 등 다양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벽초 홍명희(1888~1968년)는 충북도 괴산에서 출생해 어린 시절 한학을 수학하다 일본에 유학, 다이세이(대성)중학을 졸업했다. 경술국치 직후 귀국해 오산학교, 휘문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1920년대 초반에는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 시대일보사 사장으로 재직 중인 1927년에 민족 단일 조직인 신간회 창립에 관여해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사회운동에 적극 투신했다. 1930년 신간회 주최 제1차 민중대회사건의 주모자로 잡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벽초는 일제강점기 최대의 장편 대하소설로 꼽히는 『임꺽정(林巨正)』을 발표해 문학사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1928년 『조선일보』에 첫 연재를 시작한 뒤 세 차례에 걸쳐 중단되었다가, 광복 직후 미완의 상태로 전 10권이 간행되었다. 조선 중기 지방의 도둑으로 실록에 그 행적이 단편적으로 기술되었던 ‘임꺽정’의 이야기를 방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반봉건적인 천민계층의 인물을 내세워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양식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식민지 현실의 모순 그 자체보다도 봉건적인 체제모순에 더욱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 작품에서 다양한 삽화를 처리하는 서사적 기법과 풍부한 토속어의 구사력은 조선시대 사회상과 풍속을 재현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벽초는 소설가로 언론인으로, 사회운동가이자 정치인으로 격동의 한국사에서 중심 인물이었지만, 1945년 광복 직후 좌익운동에 가담, 월북해 북한 공산당정권의 부수상을 지낸 이력 때문에 한국 현대사에서 외면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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