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임꺽정은 홍명희의 장편소설 『임꺽정』의 인물이다. 저자인 홍명희는 괴산 출신이고 임꺽정은 경기도 양주 출신이다. 임꺽정은 16세기 중반 황해도를 거점으로 도적 활동을 벌인 인물로 연산군 이후 명종대에 이르는 조선의 부패한 권력과 횡포에 맞서 싸운 인물이기도 하다.

오늘날 임꺽정의 흔적은 기록을 통해 찾아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지역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고추를 들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괴산의 임꺽정 동상이나 양주의 임꺽정 생가터, 임꺽정굴 그리고 제주 오겹살 가게 이름 임꺽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쉽게 임꺽정이란 이름을 접한다.

양주에서 괴산, 제주에 이르기까지 임꺽정의 흔적은 넓다. 이는 소설 ‘임꺽정’의 배경이 백두산에서 제주에 이르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전국의 많은 지명이 등장한다. 특히 2권 ‘피장편’에는 갖바치가 이장곤의 낙향지 창녕에 간 뒤 진주, 동래, 울산, 경주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이 그려진다. 또한, 임꺽정이와 함께 묘향산, 금강산, 백두산 여행을 다니고 서울에서 호남대로를 따라 전라도로 내려가 영암 도갑사를 거처 토정 이지함과 동행하여 강진, 완도를 지나 제주도로 향한다. 제주에서 귀경길은 강진, 장흥, 보성, 순천 송광사, 구례 화엄사, 지리산, 화개 악양, 하동, 진주, 의령, 창령을 지난다. 평안도, 함경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이 배경이다.

이외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지역은 배천, 황주, 자산, 순천, 맹산, 양지, 연안, 해주, 덕적산 등 황해도와 수원, 파주, 임진강, 혜음령, 남양, 양성, 안성 등 경기도, 태인, 정읍, 장성, 광주, 나주, 영암, 해남, 임실 등 전라도, 평양, 중화, 황주, 봉산, 서홍, 평산 등 함경도 등 전국을 아우르고 있다.

소설이 씌어진 일제강점기는 물론 1904년 통감부 체제 이후부터 지리 교과서에 대한 내용 통제가 심하였다. 저자인 홍명희는 일본 식민통치자들의 우리 국토교육의 말살에 대항하여 의도적으로 국토의 가장 북단부터 남단까지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조선의 임꺽정 다시 날다’(사계절출판사, 2012))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홍명희문학제는 제주로 건너간다. 제주는 이봉학이 제주 정의현감으로 부임한 곳으로 이봉학은 해남 관두량에서 수로로 970리 제주에, 육로로 130리 정의에 도달하였다. 황천왕동이가 제주로 유배되어 함께 온 임꺽정이와 이봉학이 만나 회포를 풀던 곳이다.

이번 홍명희문학제는 소설에 나타난 어휘의 특징과 제주도의 의미에 대한 학술강연과 창작판소리 ‘임꺽정가’를 선보인다. 답사는 제주목관아지(관덕정), 정의현청, 대정읍성, 정온 유허비 및 숭죽사, 정난주 마리아묘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병해대사와 임꺽정 그리고 이봉학이가 육로와 바다를 건너 제주에 가던 여정은 아니지만, 내륙의 고장 충북의 작가들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건너간다. 홍명희문학제는 저자의 고향인 괴산에서 진행되었으나 월북작가로, 이념의 장벽에 부딪혀 환영받지 못했다. 여러 해는 청주에서 진행하기도 했고, 파주와 임진강을 다녀오기도 했다. 언젠가는 통일 한국 평양에서, 금강산, 백두산에서, 청석골에서 개최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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