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심리적 위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최근 전국 유·초·중·고·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6천2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 92.9%가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충북의 경우는 무려 94%의 교사가 이 같이 생각했다. 학생과 마찰이 생기면 언제든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다는 교사들의 두려움이 읽혀진다.

아동학대 의심이 이처럼 쉽게 적용되는 것은 아이들의 주장만으로도 학대 신고가 되는 등 교사에게 불합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응답자의 96.7%는 ‘오해로 인한 신고가 있다’고 답했다.

‘초등 아이에게 목소리를 엄하게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 ‘초등생 아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는 이유로 정서학대 신고’, ‘받아쓰기 진행으로 초등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신고’ 등이 억울한 사례로 제보됐다.

교사들은 오해로 인한 신고가 대부분이지만 해명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소명기회, 진상조사 없이 신고만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한다’(91.6%), ‘필요성 여부를 살피지 않고 전수조사를 진행한다’(90.6%), ‘소명기회, 진상조사 없이 사과할 것을 종용한다’(88.6%) 등의 불만이 나왔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교권보호위원회 접수·조치결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2천109건으로 전년의 1천89건보다 1.94배 증가했다. 교권침해를 세부적으로 보면 모욕·명예훼손이 57.6%(1천215건)로 가장 많았고, 상해폭행 10.9%(229건),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9.7%(205건), 정당한 교육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 4.1%(86건) 순이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교권침해로 신고하지 않는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교권 붕괴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갈수록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교권침해 학생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가해 강도 또한 세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지난 8월에는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벌렁 드러누워 여성 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커다란 충격을 줬다.

학생 인권 보호 조치가 강화되면서 교권이 추락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교육이나 생활지도 현장에서 학생들이 이상한 행동을 해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체벌이 금지돼 상벌점 제도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그렇다고 학생을 꾸짖거나 교실에서 내보내는 벌을 주자니 인권침해나 아동학대로 몰리기에 십상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29일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침해를 막기 위한 ‘교육 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사를 위협하거나 폭력을 쓰는 등의 중대한 교권침해가 생기면 해당 학생을 출석정지나 봉사활동 처분을 내려 교사와 즉시 분리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권한도 법으로 명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교권 보호가 학생 인권 침해로 연결될 수는 없다.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모두 보장할 수 있는 세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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