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석 전 충남 홍성군의회 사무국장

공로 연수 6개월 앞두고 갑자기 의회사무국장으로 2번째 발령받고 3개월 앞당겨 직위를 내려놓으며 40년 동안 정들었던 공직생활의 긴 시간을 마무리하고 직장을 떠났다.

그동안 생활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어둠의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두 다리의 힘을 잃고 멈추어 서기도 해 홀가분하지만 떳떳하게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과 함께 내가 정말 공직을 잘 마감하는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많이 부족한 내가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정년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동료 공직자 여러분의 도움 덕분이라 생각하며 고마움을 평생 깊이 간직하며 살아가도록 하겠다.

임용되자마자 123운동인 1가정에 2자녀만 30세 이전에 단산하자!라며 실시한 가족 계획, 총각 시절에 실적을 채우지 못해 울고 다니며 목표를 채웠는데 여성이 임신 되어 고통을 받던 기억, 1980년대 통일벼 재배, 피사리, 퇴비 증산, 한해 대책 등 며칠씩 들판으로 뛰어다니던 생각,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을 주민들을 찾아가 새마을 운동, 지붕개량, 마을안길 포장 등으로 바쁜 날을 보내며 막걸리 먹고 어려움을 이겨내던 기억들, 답 2작 사료작물 재배, 논보리 갈기, 대여 양곡 지급 및 회수, 수매, 생고시용,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성화 봉송 도로 주변 정비 및 가로화단 조성 등 산업 행정에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예산, 행정업무, 동료 직원과 친교하는 과정에서 1999년 위암 3기 말기, 2014년 직장암, 2015년 대장암 수술로 큰 아픔을 겪고 현재 장애인 4급인 내가 은퇴의 길에 들어서면서 글을 남기게 된 것이 남다른 감회가 새롭다.

퇴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고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잘 적응해 나가려 한다. 실패한 사람에 대한 원인을 연구한 결과 지식과 기술 부족은 15%에 지나지 않고 인간관계의 잘못이 85%를 차지한다고 한다. 인간관계에서는 메아리와 널뛰기의 원리가 적용돼 내가 하는 만큼 상대방으로부터 받게 되며 내가 높이 오르려면 더 높이 올려줘야 한다.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널리 보지 못하며 마음을 비웠을 때 비로소 세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직과 사회생활에서 가식적이고 음흉한 마음가짐보다는 포용적이며 소신 있는 정확한 판단력으로 믿음과 신용 행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청렴을 구호만 외치고 단 한 번도 진실하지 않게 살았는지 가슴에 손을 깊이 대고 절대 의혹이 없는지 자아 반성이 필요하고 삶의 과정에서 속마음과 것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르며 치가 떨릴 정도로 불편하면 서로가 마찬가지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 왜곡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나 혼자만의 공직 경험이 아닐 것이다.

공직생활 중 많이 아쉬운 것은 1991년 지방자치가 시행돼 단체장이나 의원들을 선출하는데 역량이 강화되지 못하고 당선되어 각종 이권 개입과 공무원 줄 세우기, 고위직 대기발령, 쪽지에 의한 핀셋 인사, 과도한 정치후원금 의혹, 간부급 직권남용, 성실의무 및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사례, 무리한 공약을 주민설명회 또는 토론회 한번 없이 독단적으로 마구 행사하는 행동과 주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국가, 도, 군정 시책을 추진해야 함에도 예산을 퍼주기식 집행하는 것을 꼽아본다.

투병일기를 발간해 아픈 환자들에게 굳은 의지를 갖고 열심히 운동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된다는 것을 책으로 발간해 나누어 주었고 공로 연수 기간 중 공직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자서전을 집필해 후배 공무원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의원들에게 알아두면 필요한 이야기(홍성군 소개, 공무원 40년 8월, 문서·예산 등 행정실무)라는 주제로 강의와 전국 축제장을 돌아다니며 제2의 인생을 즐기고자 한다.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성실한 삶을 살 것을 약속드리면서 그동안 따뜻한 동료애와 함께했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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