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기본소득, 투명인간’ 키워드 바탕 고뇌하는 사람 면모 보여줘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이종수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빗소리 듣기 모임(사진)’(도서출판 걷는사람/ 1만원)이 출간됐다.

시집 ‘빗소리 듣기 모임’은 ‘꿈, 기본소득, 투명인간’ 같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시인으로서 ‘고뇌하는 사람’의 면모를 보여 준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는 방법을 통해 자아 성찰을 겪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거울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표제작 ‘빗소리 듣기 모임’처럼 실제 경험담을 담은 시는, 시를 읽는 독자 역시 빗방울의 정서와 템포에 맞춰 ‘속도가 느려지는’ 체험을 통해 지금의 삶을 잠시 쉬어 가게 만든다. 잠시 쉬어야만 마땅히 갈 수 있는 ‘소풍’을, ‘꼭꼭 씹’어 먹음으로써 삶이 언치지 않는 정화(淨化)의 시간을 그려낸다. 갈급한 이들에게 떨어지는 다디단 빗소리 같은 시집이다.

시인의 시는 자연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광대노린재, 붉은산꽃하늘소, 늦털매미/호랑꽃무지, 검정파리매, 멋쟁이딱정벌레’(‘시인의 말’) 등과 ‘산수유나무 아래 죽은/밀화부리’(‘밀화부리’)의 존재가 눈에 띈다. 이러한 존재 호명을 통해 생명력을 부각시키면서도 사소한 상상으로 그쳤을 일을 무궁무진한 서사로 끌어가는 면모를 보여 준다. 

그뿐 아니라 이 시집에는 비판의식에 힘을 실어 주는 섬세한 언어적 표현들이 살아 있다. ‘끝이 없을 거라는 믿음은 얼마나 텅 빈 말인가/ 지속 가능한 것에는 안위와 행복, 공동선으로 요약된 피 같은 것이 묻어 있기는 하지만/침식하는 바닷가 언덕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이나/ 자기 관을 채우는 순장품들,/ 누려 왔던 것들의 지속 가능한 뜻이다’(‘지속 가능한’) 같은 표현에서 여전히 들끓는 그의 꿈과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갈 법한 인간의 모습에도 집중한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하나도 까먹지 않고 화수분처럼 가슴속에 이야기안고 사는 것을,/다 하지는 못하고 식어 흙이 되는/밥알 튀는 이야기들을’(‘아버지에게 호랑이 이야기를 듣다’) 같은 구절에서 보듯 옛이야기 속 한 대목 같은 시들은 우리가 잊고 있던 본질을 깨워 주며, 그런 옛 정서와 덕목 들을 중시하려는 시인 자신도 기실은 ‘배역은 늘 도시로 돌아오는 배우’(‘나는 배우다’)라는 사실을 인지함으로써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복잡한 심리를 현실감 있게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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