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치러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한국이 예상과 달리 연임에 실패해 그 책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47개국 가운데 연임 도전에 실패한 국가는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뿐이다.

이날 치러진 선거는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의 이사국 14개국을 새로 선출하는 절차였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8개국이 출마해 상위 4위 안에만 들어가면 이사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개표결과 1위는 방글라데시(160표), 2위는 몰디브(154표), 3위는 베트남(145표), 4위는 키르기스스탄( 126표)이었다. 우리나라는 123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3년 임기만 채우고 연임에는 실패했다.

독일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의 올라프 빈체크 사무국장은 로이터에 “한국이 퇴출된(outing) 것은 상당히 부정적인 놀라움(quite a negative surprise)”이라고 말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기구였던 인권위원회가 개편돼 2006년 설립됐다.

국제사회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증진하고,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에 대처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인권관련 국제사회의 안건을 승인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그 비중이 상당하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 인권이사회는 인권 관련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기구”라며 “우리나라가 재선에 실패한 것은 아쉬움이자 놀라움”이라고 말했다.

충격에 빠진 유엔 한국대표부는 원인을 분석중이다. 

새 정부가 자유, 인권, 법치 등에 기반한 ‘가치’라는 키워드를 외교 정책 전면에 내세웠던 만큼 이번 결과로 인한 이미지 흠집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엔 3대 핵심 기구 동시 진출을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올린 상황에서 다른 선거보다 인권이사회 선거 판세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표 확보에 주력했어야 한다는 쓴소리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인권이사회 선거를 포함해 올해 중점 선거로 설정한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ECOSOC 이사국,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차장 선거 등 4개 가운데 ECOSOC를 제외한 3개 선거는 모두 낙선한 만큼 향후 더 세밀한 선거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제기구 선거에서 충분한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외교력이 미흡했다는 자성과 함께 과거 정부에서 인권외교에 소극적이었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가치 외교를 앞세우는 만큼 이번 인권이사회 이사국 낙선을 계기로 그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외교 실태를 돌아보고 일관된 인권외교 원칙을 세우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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