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구시대 유물이라고 평가를 받는 관사에 대한 폐지 요구가 다시 불거졌다. 관사 폐단 얘기는 어제오늘 거론된 것이 아님에도 질기게 존치한다는 점에서 개선이 쉽지 않은 관치행정의 숙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와 도내 11개 시·군이 부단체장에게 제공하는 관사를 매각해 주민을 위한 예산으로 활용하라고 촉구했다. 도내 지자체가 보유한 관사의 건물가격은 총 24억여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공시지가 금액이고 실제 매각했을 때 자산가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게 공무원노조의 주장이다.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이 도에서 내려보내는 부단체장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셈이다.

여기에 관사에 들어가는 주택 리모델링비, 각종 보수비용, 관리비, 전기·가스·상하수도 요금이 지자체 예산으로 지급된다. 심지어 각종 생활용품과 전자제품, 침구류까지 지자체가 들여놔 주는 모양이다.

그나마 충북 시·군 중 괴산군이 유일하게 부단체장 관사 운영비를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고, 보은군도 내년부터는 운영비 지원을 중단한다고 한다. 시·군에서 도로 발령받은 공무원은 관사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을 고려하면 특혜에 가깝다는 공무원노조의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관사는 공무원에게 거처로 빌려주기 위해 공공기관에서 마련해주는 집이다. 과거 중앙에서 지방 관리를 임명하던 관선 시절에 도입됐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교통·통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관사 운영은 시대 상황에 뒤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타지로 부임할 경우 집을 옮기던지, 일정기간 머물 집을 얻으면 된다. 이젠 공직사회도 이 정도는 받아들일 역량이 되지 않았나 싶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전국 지자체에 관사 폐지 권고 공문을 보냈다. 다만 관사 운영은 지방자치 사무이기 때문에 관사 폐지부터 사용자의 운영비 부담 등의 내용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부단체장 관사 매각을 공표한 곳은 없다. 도의 눈치를 보는 시·군에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광역·기초 단체장들은 관사 입주를 포기하고 주민들의 공간으로 내놓고 있는 추세다. 충북의 경우 민선 8기 들어 김영환 지사와 최재형 보은군수, 송인헌 괴산군수가 관사를 없애면서 도내 지자체장 관사는 1곳도 없다.

거주지를 구하기 어려운 오지 등에 근무하는 게 아니라면 관사가 필요없는 시대다. 관행에 기대 권위주의 시대 유물인 관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비판만 받을 뿐이다. 우선 당장 관사의 관리비와 공과금 등을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운영지침을 개정하고, 향후 최종 매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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