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떨어지고 있는 쌀값 폭락세가 멈추질 않자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이 곳곳에서 벼를 갈아엎으며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있다. 농자재 가격과 비료값, 농약값 등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고물가 속에서 유독 쌀값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니 농민의 고통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청주 농민들도 28일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청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 등 농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청주 상당공원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치솟는 인건비 등 생산비를 버텨온 농민들에게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한 쌀값은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쌀 45t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당장의 가격 폭락은 막을 수 있어도 바닥까지 떨어진 쌀값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수확기 쌀 수급 대책을 추가로 발표하고, 직접적인 농업예산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4만725원으로, 1년 전보다 25%가량 떨어졌다. 관련 통계 조사가 시작된 1977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반면에 쌀 생산량은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벼 작황조사와 햅쌀 수요량을 검토한 결과 25만t의 초과 생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21년산 쌀이 예년보다 많은 물량인 10만t 수준이 11월 이후에도 시장에 남아 2022년산 햅쌀 가격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대로 방치하면 쌀값 회복은 커녕 농가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45만t의 쌀을 사들이는 시장 격리 조치로 쌀값 안정을 도모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 초과 생산량에다 11월 이후 예상 재고량을 더한 것보다 10만t 많다.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후 수확기 격리물량으로는 가장 많은 규모로, 정부는 시장 분위기를 조금은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격리는 단기 처방이라는 면에서 쌀값 안정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0.2%다. 쌀은 92.1%에 달해 자급이 가능한 데 비해 밀은 0.5%, 옥수수는 0.7%, 콩은 7.5%에 머물렀다. 전쟁 등의 이유로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할 경우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다. 수급 불균형에 따른 쌀값 하락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잉 생산되는 쌀 생산량을 줄이는 장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벼 재배 면적을 줄이고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 및 사료작물의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타 작물 재배 지원사업과 쌀 소비를 늘릴 가공산업 활성화도 예산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효과를 볼만한 제도다. 쌀 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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