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일벌백계(一罰百戒), 누가 법을 우습게 만들었나
[김치영의 고전 산책] 일벌백계(一罰百戒), 누가 법을 우습게 만들었나
  • 충청매일
  • 승인 2022.09.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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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기원전 330년 전국(戰國)시대, 제나라 위왕(威王)은 즉위하자 신하들에게 국정을 전부 맡겼다. 선대의 왕들이 그렇게 했으니 자신도 그렇게 하는 것이 왕의 역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신하들의 보고가 매일 똑같았다.

“나라에 풍년이 들었고, 백성들은 평안하고, 주변 나라들은 제나라를 받들고 있습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위왕은 제나라의 실상을 바로 알고 싶었다. 그러자 젊어서부터 자신을 호위했던 장군 전기로부터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제나라는 바람 앞에 놓인 등불과 같습니다. 서쪽으로는 진(晉)나라가 쳐들어와 도성을 위협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노나라와 위나라가 쳐들어와 땅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사들은 나가 싸우고 싶어도 신하들이 군대를 축소하였기 때문에 갑옷과 창이 없고 먹을 군량조차 없습니다. 이래서는 나라가 망할 것입니다.”

그 말에 위왕이 눈을 뜨고 말았다. 어느 날 위왕이 즉묵(卽墨) 지역의 대부를 호출하였다. 그러자 신하들은 모두 그가 비리가 많으니 파직하고 벌을 엄하게 내리라고 했다. 위왕이 즉묵 대부에게 말했다.

“그대가 즉묵을 다스린 뒤부터 조정에는 매일 그대를 헐뜯는 상소가 셀 수 없이 날아들었다. 내가 그 까닭을 알아보기 위해 몰래 사람을 보내 즉묵 지역을 감찰하였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했다. 보고하기를 즉묵은 논과 밭이 잘 개간되어 있고, 백성들은 모두가 풍족하고, 관청에는 밀린 공무가 없다고 했다. 이는 그대가 명예와 직위를 탐하지 않고, 조정 신하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 공로를 치하하여 벼슬을 높이고 상을 내리노라!”

이어 위왕이 아(阿) 지역의 대부를 호출하였다. 신하들은 그를 칭송하여 모두 벼슬을 높여줘야 한다고 했다. 위왕이 아 대부에게 말했다.

“그대가 아(阿) 지역을 다스린 후부터 날마다 칭찬하는 상소가 날아들었다. 그 까닭을 알아보기 위해 내가 그대를 감찰하였다. 그런데 그 실상이 참으로 놀라웠다. 보고하기를 아 지역의 논과 밭은 황폐했고, 백성들은 모두가 굶주려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대는 바로 옆 견 지역에 조나라가 쳐들어 왔을 때 돕지 않고 모르는 척했다. 또 위나라가 쳐들어왔을 때도 돕지 않았다. 그대가 그러고도 벼슬을 유지한 것은 백성들을 수탈하여 그것으로 조정 신하들에게 뇌물을 바쳐 신임을 얻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하고는 조정 신하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아(阿) 지역 대부를 삶아 죽였다. 이어 아 대부에게 뇌물을 받은 조정 신하와 불법으로 재물을 쌓은 신하와 다른 나라의 간첩 노릇을 한 신하를 삶아 죽였다. 그러자 한 해 만에 조정 신하들이 모두 바뀌었다. 만일 위왕이 술과 연회에 빠져 지냈다면 제나라는 벌써 망했고 백성들은 굶주려 죽었을 것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있는 이야기이다.

일벌백계(一罰百戒)란 죄인 한 사람을 벌하여 많은 사람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가 어지러운 까닭은 법이 제멋대로이기 때문이다. 법이 불법을 감싸는데 어찌 백성이 들고일어나지 않겠는가!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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