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보조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반발이 크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겨우 숨통이 트이나 싶었는데 그나마 도움을 주던 지역화폐 운영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위기니 당혹스러울 만도 하다.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에 정부 예산 지원 없이 지역화폐를 할인 발행해야 할 처지에 놓인 지방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렸다.

충북 제천시는 다음달부터 제천화폐 모아 월 개인 구매 한도를 종전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정부의 지역화폐 구매 지원 예산이 60% 이상 감소한 데 따른 조치다. 제천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 없이 시 예산만으로 할인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며 “정부가 예산 미편성 기조를 유지한다면 내년도 할인 판매 규모는 더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양군도 다음달부터 지역화폐인 종이형 ‘단양사랑상품권’의 월 구매 한도를 기존 7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상품권 제작비, 판매·환전 수수료, 폐기 비용 등을 절약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지역화폐는 전국 지자체가 지역 내 소비 진작과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관내 음식점이나 식료품점, 미용실 등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지역화폐로 결제할 경우 일정 비율(통상 5∼10%)을 할인해준다. 소상공인들은 환전 수수료 부담 없이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으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역화폐 발행 1∼2일 만에 월 판매 한도액이 마감된다고 하니 주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 사업은 지자체 자체적으로 시작됐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부터 국비 지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해 1조522억원을 지역화폐 보조금으로 내려보냈다. 올해도 본예산 6천50억원을 포함 8천50억원 규모의 국고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던 정부가 내년부터는 지자체 자체 예산 만으로 충당하라며 2023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편성 과목을 아예 빼 버린 것이다. 코로나19 당시는 지방 재정이 악화해 지역화폐를 운영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세수 증가가 이어지며 지자체가 직접 발행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확보해 왔던 지자체 입장으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충북의 경우 시·군 전체 지역화폐 발행액의 4%(278억8천만원)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지방 재정 상당 부분을 정부 예산에 기대고 있는 지자체 현실을 볼 때 국비 지원 중단은 사실상 지역화폐 발행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형 점포 이용을 유도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온라인 구입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에 지역주민 소득이 지역 밖으로 유출되는 것도 막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여전하고 경제 또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급격한 물가인상까지 겹쳐 서민은 살기가 더욱 팍팍하다. 지역화폐 국비 지원이 끊기면 자체 재원이 빈약한 지자체는 결국 현재의 인센티브 비율을 감소하거나 발행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는 지자체와 소상공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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