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제삿밥
[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제삿밥
  • 충청매일
  • 승인 2022.09.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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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어릴 적, 집성촌인 고향의 명절은 동네 제일 큰 집안을 시작으로 오후가 훌쩍 지나야 차례가 끝났다. 방과 마루도 모자라 마당에 멍석을 깔고 조상께 음식을 올리고 절을 했다. 그러나 요즘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해 분위기가 변하였다. 일가친척이 모여 지내던 차례도 가족 단위로 간소해지고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조촐하게 차례를 지내며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의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은 어디에서 기원했으며, 정말 제삿밥을 드시러 조상들은 오는 것일까도 궁금해졌다.

한가위, 가배, 중추절로도 불리는 추석의 기원은 정확지 않다. ‘8월 15일이면 왕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쏘게 하여 잘 쏜 자에게 상으로 말이나 포목을 준다.’(수서 동이전 신라조), ‘신라인들은 산신에 제사 지내기를 좋아하며 8월 보름날이면 크게 잔치를 베풀고 관리들이 모여서 활을 잘 쏜다.’(구당서 동이전 신라조), ‘왕이 육부를 정한 후 이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 두 사람에게 각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여 편을 짜고, 7월 16일부터 날마다 육부의 마당에 모여 길쌈을 했는데 밤늦게야 일을 파하게 하고 8월 보름에 이르러 그 공의 다소를 살펴 지는 편은 음식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 사례하고 모두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하였으니 이를 가배라 한다.’(삼국사기 권1 신라본기1 유리이시금 9년조)

기록에 따르면 추석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석이라는 말은 중국의 예기의 조춘일 추석월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과 중국에서 중추, 칠석, 월석 등의 말이 사용되었는데 중추의 추와 월석의 석을 따서 추석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하여튼 긴 세월 우리는 음력 8월 15일이면 음식을 장만하고 조상께 차례를 지냈다. 참 오래 세월 내려온 풍습이다.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은 우리와 똑같이 음력 8월 15일이다. 가을의 한가운데인 중추절에는 달 모양을 본뜬 월병을 먹으며 달에 제사를 지내고 달놀이를 한다. 원래 중추절에 온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냈는데 제왕들이 달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예법이라 하여 이후 달에 제사를 지내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중추절은 한국의 추석과 달리 제사를 지내지 않고 가까운 이웃과 가족이 식사하고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으로 변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추석의 기원을 두고 중국이냐 신라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중국은 2006년에 중추절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89년에 추석을 법정 공휴일이 지정했다. 일본의 오봉절은 양력 8월 15일인데 조상들이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불을 피우고 절에서 공양을 바친다고 한다.

정확하지 않지만,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한국, 중국, 일본 중 추석에 조상제사 풍습은 우리나라만 남은 셈이다. 설과 추석 명절 말고도 우리는 조상의 기일에 제사를 지낸다.

법정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추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특히, 제사상 음식 준비나 부모님, 친척, 동료, 이웃에게 줄 선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어찌 되었든 풍습은 시대의 필요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코로나 19로 간소해진 추석 명절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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