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교단에 누워 수업 중인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남학생은 “선생님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해당 교사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교권 침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영상은 지난달 26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에 처음 게재된 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12초 분량의 영상에는 한 남학생이 판서하는 여교사 뒤에 드러누운 채 휴대전화로 뭔가를 보고 있다.

교실에는 다른 학생들도 있었지만 문제 학생을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교사는 이 상황을 무시한 채 수업을 진행했다. 해당 영상이 올라온 틱톡 계정에는 또 다른 남학생이 상의를 벗고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모두 같은 교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이를 본 누리꾼들은 “교권이 무너졌다”, “이게 학교가 맞냐”, “너무 충격적이라 믿기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홍성교육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아울러 촬영에 연루된 학생으로부터 진술을 받고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도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동영상 사건은 교육현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교권 추락 실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빈도가 늘어나고 정도도 심해진다는 게 문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활동 침해행위는 총 2천269건 발생했다. 이중 학생에 의한 침해행위가 2천98건으로 92.5%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 교원 8천6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전국 교원 10명 중 6명이 하루 한 번 이상 학생들의 수업 방해·욕설 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교원은 29.9%에 그쳤다.

교직생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33.5%만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2016년 만족도가 70.2%였던 것에 비하면 6년 사이 교사들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해졌나를 여실히 보여준다.

교사들이 교직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문제행동·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다.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도 교사들의 사기 저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학생들을 훈육하는 일이 가장 두렵다고 하니 이래서야 교육 및 생활지도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학생들이 도 넘는 행동을 해도 통제하지 못하는 교사가 많다고 한다. 교권 침해라고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다 자칫 잘못하면 학생인권 침해로 신고당하고, 학부모와의 싸움으로 비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영상 사태에서 보인 교사의 무반응도 어찌보면 이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다.

교권 침해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 교사의 사기가 떨어지면 교육의 질이 하락하고, 이는 학생은 물노 더 나아가 학부모, 사회 전체가 피해자가 된다.

학생 체벌이 금지되고, 상벌점 제도도 유명무실해지면서 교사들의 교육적 권한이 위축되고, 결국 학생 지도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문제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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