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몇 해 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한참 전에 북유럽 여행을 간 적 있다. 일명 패키지 단체 여행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각기 다른 사연을 싣고 비행기는 독일 뮌헨으로 향했다.

지구 반대편, 문화와 역사가 다른 곳의 풍경은 호기심과 설렘이 있다. 한국을 처음 와 본 유럽 사람이라면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와 본 외국인은 도시의 높은 건물과 많은 사람과 자동차 그리고 서울의 야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세계에서 서울 같은 도시도 드물다. 특히, 서울은 유럽의 도시와 다른 서울만의 호기심과 설렘이 존재한다.

유럽의 여러 도시나 서울의 경우 특별히 관광자원을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유럽의 경우 아름답고 오래된 건물이 잘 보존된 경우이고 서울의 경우 자본이 집결된 도시, 사람의 유입으로 인해 도시가 팽창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경복궁처럼 옛 조선의 문화재 덕도 있지만 말이다. 문화재, 산, 건축물, 도로, 하천, 상점, 마을 무엇이 되었든 오랜 세월 사람이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야말로 호기심과 설렘으로 다가온다. 단기간 조성된 결과물은 반짝하는 오픈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기 성과와 조급함의 정책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든다. 산 정상에 다리를 만들거나 한옥을 짓거나 대규모 예술촌이나 영화 세트장, 호수 공원 조성, 나무 데크 설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문화자원 창조자들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무언가를 만든다. 상징물이 그렇고 예술의 거리가 그렇고 도시 재생 사업이 그렇다.

최근 충북도청은 주차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충북도청은 청주 성안길과 인접해 있고 시민에게 주차장을 개방하고 있었다.

직원 주차장으로도 협소하지만, 시민의 이용으로 주차장은 늘 만원이었다.

무슨 연유로 주차장 없는 도청을 계획했는지 궁금하다. 충북도는 외부 유료 주차장에 요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충북도청 주차장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일까?

충북도는 도청 내 주차장에 도민과 직원을 위한 문화 휴식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라 밝혔다. 차 없는 청사는 사무실, 휴게공간 재배치, 옥상 정원 조성 등을 통해 문화가 있는 도청을 만들어 도민에게 사랑받는 곳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랑받는 도청 주차장이라? 민원인과 도청 직원의 업무가 주로 이뤄지는 도청에 무슨 문화공간을 조성할까? 일하는 공간에서 공연을 할까? 바람불고 비 오는 야외에서 전시를 할까? 아니면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할까? 그러면 도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까? 사랑받는 문화공간이 될까? 호기심과 설렘이 생길까.

문화공간이란 무엇일까. 시장을 조성했다 치자. 공간에 상인이 들어와 장사하지 않는다면 시장이라 할 수 있을까. 상인 없는 시장은 지속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문화인(?) 없는 문화공간은 존재 가능한가. 우리는 문화와 문화공간을 이야기 할 때 공간에 필요한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에 상점만 만들어 놓고 상점에 들어와 장사할 상인 생각은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뭐 볼 게 있어야 가지. 아무리 좋은 건물을 짓고 공원을 조성해도 볼 게 없으면 누가 가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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