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사망한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 안전망 구축이 여전히 허술함을 입증했다. 수없이 되풀이되는 비슷한 사건에 항상 말만 앞선 대책만 난무했지 실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씁쓸하다 못해 참담하다.

지난 21일 발견된 수원 세 모녀의 죽음 원인은 생활고였다. 60대 어머니는 암 환자였고, 40대 두 딸은 희귀 질환으로 투병 중이었다. 세 모녀는 2020년 2월 경기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했지만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 주소를 옮기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활동 여력이 없는 데다 주민등록상 지자체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이다보니 이들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다.

현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세 모녀는 위기 가구로 지정될 조건이었다. 월 120여만원의 생계급여와 의료비 지원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 복지혜택은 대부분 당사자가 자신의 상태와 필요한 내용을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다. 세 모녀처럼 피치 못할 사정을 이유로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 스스로 신고하지 않아도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주소지가 어긋나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은 지난 2014년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의 복사판이다. 송파 세 모녀도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었다. 지병과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던 이들 또한 국가와 지자체 복지 시스템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송파 세 모녀법’이 제정되고 공과금 체납과 단전·단수, 가스공급 중단 등 30여개 지표를 정해 위기 가구를 찾아내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투자 예산도 두 배로 늘렸다. 2014년 106조원이었던 복지예산은 올해 217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또 같은 기간에 건강보험 지출도 62조원에서 93조원으로 1.5배가 증가됐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지 못했다. 2019년 서울 관악구 탈북 모자와 성북구 네 모녀, 서초구 모자, 전남 일가족 3명 등 취약계층의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을 막겠다고 수없이 공언했지만, 이웃과 접촉되지 않는 이른바 ‘고립된 위기 가구’의 비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과 지원 인력 한계,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혜택을 못 받는 ‘신청주의’ 등을 꼽고 있다.
월 5만 원 이하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밀린 ‘생계형 체납자’는 지난해 6월 기준 73만가구에 달한다. 1년 이상 거주지가 파악되지 않아 ‘거주 불명자’로 등록된 국민도 지난해 말 기준 24만명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가 위기 가구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이 스스로 사회와 단절한 채 은둔하면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지원하는 현 복지행정망으로는 지원에 한계가 있다. 신청하지 않아도 관계기관의 정보교류로 기준선 이하에 속하는 빈곤층을 찾아내고, 지역주민이 이웃을 살펴 신고하는 취약계층 발굴체계의 확대가 시급하다. 더 이상의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위기 가구에 대한 촘촘한 사회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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