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선/ 충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 비즈니스지원단 상담위원

지난주에는 집사람의 용무로 청주에서 서울로 함께 가 집사람은 혼자 일을 보고 나 혼자 기다리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마침 장소가 종로 5가 인근인 평화시장 근처였다. 말로만 듣던 쇼핑 명소라 무언가를 살 생각은 없지만 호기심에 홀로 상가를 둘러보았다. 여러 상품 중 청바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입어보지도 않았지만 점포 주인이 이 사이즈가 틀림없다 하는 말에 얼떨결에 1만5천원짜리 청바지를 사고 말았다.

평소에 청바지가 없어 하나 마련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동시에 이 나이에 무슨 청바지가 어울리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만. 60 평생을 살다가 멀쩡한 청바지를 거저 얻은 것 같은 기쁨으로 집사람에게 자랑삼아 보여 주었더니 집사람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집사람은 청바지를 보자마자 눈을 찌뿌리며 이건 ○○산에다 속 바느질도 어설프고 내 몸에 어울리지도 않다며 핀잔을 주더니 얼른 가서 환불을 하라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점포 주인 여자는 내가 청바지에 호기심을 보이자마자 고객이 그 옷을 입으면 젊어 보일 거라며 분위기를 띄운 것 같다. 또 계산할 때도 본디 가격을 더 높게 불러야 하는데 손님이 시원한 성격인 것 같아 싸게 주는 것이라 하였다.

상품의 품질이나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고객의 인상에 대한 말로 선수를 치니, 가격을 흥정할 수도 없고 다른 제품을 더 고를 수도 없고 고객이 이것저것 따지지 못하고 구매하게 하는 선수인 것 같다. 억울해진 구매자의 마음을 뒤로 하고 필자는 그 청바지 점포 주인의 입장이라면 할 법한 생각을 추측해 보았다.

그러한 좋지않은 경험이 있는 고객이 내 점포에 다시 찾아올까?

혹시 그 고객이 겪은 경험을 다른 모임이나 지인에게 말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고객이 말없이 떠나가면 고객들이 가진 불평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잖은가? 이런 이유로 매출이 감소 한다면?

필자는 과거 지방 백화점의 대표로 있을 때의 경험이 떠올랐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마케팅(mass marketing)에서 개인 마케팅(individual marketing)로 바뀔 때 고객 개인별 만족은 높아진다는 것을 경험했었다. 이때 핵심은 고객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를 실현시켜주는 것이 데이터 베이스 마케팅이다.

여기서 데이터는 옷을 첫 구매시 그 고객의 인적사항 및 구매성향과 신체치수다. 이와 같은 고객정보를 이용한 마케팅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는 것 외에 고객의 애호도를 높이며 궁극적으로 고객 감동을 가져온다. 즉 고객별 카드를 만들어 다음에 그 손님이 오게 되면 그 고객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한 정확한 치수의 옷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가’ 때문에 같은 상품을, 같은 가게를 다시 찾는다. 오늘날 소비자의 기호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큰 물질적 이익보다도 작은 정성이나 관심에 더 큰 감동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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