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 내에서 공무원노동조합이 도지사 취임 후 곧바로 시행한 정책을 반대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이는 정책을 실행하기 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일방적인 고집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차 없는 충북도청’은 충북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다 같이 반대하는 사업이다. 특히 도청 주변 주민들의 불편으로 반대가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에 대해 주민과 소통하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어 더욱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충북도공무원노동조합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직원들의 청사 주차장 이용 자제를 유도하는 ‘차 없는 충북도청’ 운영과 관련해 강제 시행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도청 주변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저지 운동을 본격화하고 철회 시까지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직속 상관의 정책에 직접 반기를 든 것은 이전에 보지 못한 풍경이다. 그만큼 사전에 노조와도 소통하지 않았음을 의미 한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2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지사는 도청과 인근에 심각한 주차난을 무시한 채 개혁의 첫걸음, 문화·휴식 공간 제공, 민원인 주차난 해소라는 미명아래 차 없는 도청을 개혁과 혁신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이해할 수 없는 여론몰이를 해 왔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차 없는 도청 시범 운영에 이어 현재는 사무관급 이상의 자율적 참여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 내 직원 주차면 107개의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고, 직원들의 차량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시범 운영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들은 후 동의하지 않으면 시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약속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다.

충북도는 도청의 신관 뒤편에 300대 규모의 주차타워 건립과 충북문화관에 100대 규모의 주차장 추가 확보를 논의했으나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주차 문제가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로 인해 애꿎은 주변 주민들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차장법에 따라 도청 아스팔트 주차장은 다른 용도로 전용해 사용할 수 없다. 김 지사의 계획대로 문화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실 충북도청에 자동차가 없다는 것은 이상적인 일이기는 하다. 자동차 대신 숲과 문화예술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청주 도심이 자동차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다른 대책을 먼저 세우기도 전에 이상적인 차 없는 도청을 만든다는 것은 몽상가적인 발상이다.

노조나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논리도 같다. 먼저 대책을 마련한 후에 시행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자치단체장의 정책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반대하는 경우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오죽하면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싶다.

부디 김 지사는 소통과 공감이 리더의 큰 덕목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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