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정정백백(正正白白), 말과 행동이 바르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정정백백(正正白白), 말과 행동이 바르다
  • 충청매일
  • 승인 2022.08.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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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기원전 480년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은 무인들과 대부들이 추대하여 군주에 올랐다. 하지만 무인들이 권력을 쥐고 있어 실권이 없는 군주였다. 그렇게 허수아비 군주로 10년을 보냈다.

그런데 당시 권력 1순위였던 무인 최저가 죽자 경공은 이를 기회로 왕권 회복을 노렸다. 그래서 현명한 신하 안영을 가까이 두었다. 그리고 그의 조언을 국정에 반영하여 차츰 권력을 되찾게 되었다.

이 무렵 제나라 아현(阿縣) 지방은 풍속이 문란하고 법이 지켜지지 않는 아주 골치 아픈 지역이었다. 경공은 안영에게 그곳을 다스리도록 했다.

안영이 부임하고 2년이 지나자 지역의 문란한 풍속이 사라졌다. 그런데 안영을 헐뜯는 상소가 셀 수도 없이 경공에게 올라왔다. 경공이 이를 보고 안영을 불신하여 관직을 박탈하려 했다. 그러자 안영이 상소를 올렸다.

“소신은 제 잘못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기회를 한 번 더 주시면 저를 비방하던 자들이 모두 저를 칭찬하게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경공이 안영의 유임을 허락하였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영을 칭찬하는 상소가 수도 없이 올라왔다.

경공은 몹시 기뻐 안영을 궁궐로 불렀다. 이는 큰상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기뻐해야 할 안영이 아주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경공이 까닭을 물었다.

“어찌하여 표정이 그리 슬픈 것이오?”

이에 안영이 대답했다.

“소신이 처음 아현에 부임했을 때 정말이지 강철 같은 심정으로 법을 엄격하게 집행했습니다. 그러자 그 지역 부랑자와 깡패들이 가장 먼저 저에게 원한을 품었습니다. 또 근검절약과 분수에 맞는 생활을 강조하자 이번에는 도적과 건달들이 저를 원망했습니다. 이어 형벌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하자 이번에는 지역의 권세가들이 저를 원망했습니다. 매일같이 지역 유지들이 찾아와 이런저런 청탁을 했지만 저는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들이 모두 저를 원망하였습니다. 또 아현의 토착 세력들이 법에 없는 대우를 받자 그것을 규정대로 실행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들이 또 저를 원망하였습니다. 비록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원망을 받았으나 지역의 풍습은 건전해졌고 백성들은 살기 편해졌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소신의 잘못입니다. 하지만 그 뒤 1년은 달랐습니다. 저는 원망이 없도록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그러자 이전에 저를 그렇게 원망했던 자들이 모두 저를 칭송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2년은 백성을 위해 일했으나 군주께서는 도리어 저를 책망하셨습니다. 다음 1년은 제가 벌을 받아 마땅하나 군주께서는 도리어 상을 내리려 하십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어찌 그 상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 일로 경공이 깨닫는 바가 있었다. 지역의 부정한 관리와 권세가를 모두 잡아들였다. 이후로 안영에게 재상을 맡겼다. 이는 ‘안자춘추’에 있는 고사이다.

정정백백(正正白白)이란 말과 행동이 바르고 당당한 모습을 말한다. 숨기려 하지 않고, 속이려 하지 않고, 꾸미려 하지 않는 올바른 지도자를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이다. 간신이 많으면 나라가 혼란하고 충신이 많으면 나라가 편안한 법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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