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청주금빛도서관 사서

한동안 ‘힐링’이라는 단어가 꽤 유행했던 적이 있다.

브라운관에서는 자극적인 미디어에서 벗어나 ‘삼시세끼’, ‘효리네 민박’, ‘윤식당’ 같은 조용하고 잔잔한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고 영화관에서는 김태리가 주연한 ‘리틀 포레스트’가 큰 인기를 얻기도 하였다. ‘경양식집에서’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말 그대로 힐링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소개하게 되었다.

아마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당시 살던 동네에 10층짜리 빌딩이 세워졌고 그 건물 꼭대기 층에 경양식 레스토랑이 들어왔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외식을 잘 하지 않는 집안 분위기인데 언니의 생일이라며 부모님이 데리고 가주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없어지고 이름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 곳이지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가장 처음으로 갔던 그 레스토랑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맛있는 식사로 나에게 왠지 모르게 좋은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요즘은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이태리 식당에 밀려 대부분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지만, 내 또래 혹은 그 이전 세대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양식집에 가봤던 추억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애피타이저로 치아바타빵이 아닌 수프가 나오고, 메인 요리는 커다란 접시에 스테이크 대신 밥과 샐러드, 가니시가 빼곡히 곁들여진 돈가스나 함박스테이크가 나오는 그런 곳.

‘경양식집에서’는 경양식 탐방을 취미로 하는 피아노 조율사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경양식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쓴 후기를 엮은 책이다. 도서관 근무 중 우연히 제목에 이끌려 집어 들었던 책은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꽤 흥미로웠다.

피아노 조율사라는 저자의 직업 상 잦은 출장을 다니며 방문했던 경양식집들을 소개하며 식당 주인들과 했던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오래된 경양식집들은 부부가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과 왜 경양식집들이 현재는 많이 사라졌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일반 돈가스집들과 다르게 코스 요리로 나오고 손이 많이 가는 데에 비해 사람들에게 '가성비'로 인식되어 있어 가격도 낮게 책정돼있고, 직원도 잘 구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담백한 문체에 각 식당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음식 사진들과 중간중간 만화도 삽입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간간이 나오는 피아노 조율에 대한 이야기들도 몰랐던 내용들이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꾸만 생겨나는 SNS에 맞춘 듯한 자극적인 식당들과 홍보에 질렸다면, 이런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나는 노포 경양식집 탐방기인 ‘경양식집에서’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 여행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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