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활쏘기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앞서 물었던 것을 또 다시 묻습니다. 이제는 정확한 답이 나올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여 상금 따먹고, 승단대회에서 한 단 올려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마침내 협회에서 주는 ‘명궁’이라는 칭호로 불리며 세상을 굽어보는 것 따위는 우리 활의 목적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러면 활쏘기의 목적은 무엇이냐? ‘조선의 궁술’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선의 궁술’ 속에 있는 편사를 해보는 것입니다. 전통 활쏘기의 꽃으로 묘사된 그 편사를 우리가 몸소 해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 사람이 도통을 하고 깨우침을 얻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같은 마음을 품은 활량이 30명은 되어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과녁 하나 맞히려고 활을 쏘는 요즘 풍토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전통 활쏘기’는 온깍지활쏘기학교의 교재로 낸 책입니다. 그 책의 맨 뒤에 ‘온깍지 편사’라는 글이 있습니다. 그 글을 책의 맨 끝에 배치한 것은, 그것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온깍지학교는 전통 활쏘기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전통 활쏘기의 꽃인 편사까지 다다라야 비로소 우리 활쏘기의 ‘전통’은 완성됩니다.

편사는 한 시대의 풍속입니다. 오랜 세월 뒤 그 시대의 풍속을 복원하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가는 정신과 태도가 아니고서는 힘든 일입니다. 더욱이 편사는 활을 쏘는 사람인 활량들만으로 될 수 없습니다. 소리 때문에 그렇습니다. 서울 편사는 경기민요로 획창을 합니다. 거기에 삼현육각이 붙어야 합니다. 물론 재정만 충분하다면 경기민요 소리꾼을 부르고 삼현육각을 갖춰서 해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방식은 시늉일 뿐입니다.

획창이 활터에서 어떤 노릇을 하는지 소리꾼과 한량 모두가 알고 그것을 자각하는 상태에서 하지 않으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격입니다. 그래서 전통 문화는 참여 당사자의 생각과 태도가 생명입니다.

그 때문에 활쏘기 학교를 만들어서 교육을 시작했고, 또 획창을 활터의 분위기에 맞게 할 수 있는 소리꾼을 기르기 위해 ‘활음계’(회장 김은빈)를 만들었습니다. 활음계는 충북예술고에서 국악을 전공한 학생들로 꾸려진 모임입니다.

활터의 획창음악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온깍지 학교의 행사에 자주 참여하여 이제는 제법 한량들과 잘 어울리는 소리꾼으로 성장했습니다. 게다가 남도소리로 하는 ‘호중’도 할 줄 알아서 활음계에는 경기민요 획창과 남도민요 호중이 모두 시연됩니다.

아직 초보 걸음마 단계이지만, 이들이 점차 성장하며 갖추어갈 편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습니다. 이 지난한 전통 계승의 장정 길은, 성낙인 옹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온깍지궁사회를 거쳐 ‘조선의 궁술’에 다다를 때까지 이 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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