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등산로나 유원지 등에 뱀 그림과 함께 ‘뱀 조심’이라는 안내표시를 자주 보는데 뱀이란 소리만 들어도 섬뜩하고 몸서리치게 한다.

뱀은 징그러운 형상을 지녀 혐오스럽고 두려운 존재로서 물리면 크고 작은 피해를 보게 되고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운동하는 명암저수지 상부 넓은 도로에서 뱀을 만났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중 함께 걷던 아내가 갑자기 옆으로 피해 순간적으로 발 닿을 곳을 보니 뭔가 꿈틀거리는 물체가 있어, 반사적으로 발을 멈추고 돌아보니 아뿔싸! 평소 혐오하는 뱀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길 잃은 뱀’ 인가보다 하고 집으로 왔는데, 며칠 뒤 지면에서 명암저수지 주변 전봇대에 뱀이 올라가 합선되어 일대가 정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 뱀으로 추측해 봤다.

뱀은 사람을 먼저 물려 하지는 않지만 밟히거나 옆을 스치게 되면 본능적으로 무는 습성이 있어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서식하는 장소도 숲이나 개울 등 사람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데다 수시로 피부를 말리기 위해 도로나 묘 주변 등에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자주 목격된다. 뱀이 몸에 좋다고 하여 사람들이 마구 잡아 요즘은 개최 수가 많지 않지만, 예전엔 시골집 부엌이나 마당, 울타리 등에 자주 출현했다.

뱀은 사람을 선제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릴 적 미동산 수목원에서의 끔찍한 상황은 아직 생생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초등학교 가기 전 50여년 전 일로서 사건장소는 수목원 조성 전에 우리 농토였던 미동산 수목원 끝부분 산림환경생태관 앞에서다. 당시 생태관 맞은편에는 농사철에 밥을 짓는 초가집이 하나 있었는데, 여름에만 사용하는 집이라 마당에 잡풀이 무성했고 사람 다니는 곳만 풀이 적었다.

그날 아버지와 형님들은 도랑 건너편 생태관 들어선 자리에서 일을 했고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도랑 건너기 전 왼쪽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린 필자는 집 뜰에 앉아 혼자 놀다가 문득 앞을 보니 커다란 뱀이 살금살금 기어와 깜짝 놀라 피할 곳을 찾았으나 마땅찮았다. 뒤에 방이 있었으나 방문이 허술하여 방으로 들어가면 독 안에 든 쥐마냥 물릴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순간 풀 섶으로 돌아서 뱀이 기어온 뒤로 도망치며 아버지와 엄마 계신 곳 중 어디로 갈까 하다, 어머니 쪽으로 틀자마자 뱀이 직진으로 재빠르게 지나가 다행히 물리지는 않았다.

가슴이 덜컹했고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수수께끼다.

이 외에 생태관 앞산에서 꽈리를 틀고 있는 큰 뱀을 본 적도 있고, 논에서 떼 뱀을 만나기도 했고, 집 울타리 위에 큰 구렁이가 기어가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그때 놀라움 때문인지 몰라도 뱀 소리만 들어도 섬뜩하고 두렵다.

뱀은 혐오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지만 사람이 사는 주변에는 쥐를 비롯한 먹잇감이 있고 생태 환경이 비슷하여 자주 마주친다. 뱀이 있을 만한 곳은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산이나 들에 갈 때는 등산화나 긴 장화를 신고 대비하여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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