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뜬금없이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을 내놨다.

박순애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의 급조한 정책이 공론의 과정도 없이 지난달 29일 전격 발표됐다. 교육단체와 학부모들이 반기를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1일 성명서를 내고 유아의 발달 특성과 권리를 무시한 만 5세 조기 취학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의 전형적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유아교육은 충분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반면 초등교육은 교과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하는 교육과정으로 엄연히 다른 학업 과정이다. 만 5세 유아가 유치원이 아닌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면 그 어떤 학부모와 교사도 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유아는 놀이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져야 할 고귀한 존재이다. 국가와 사회는 유아에게 유치원에서 충분히 놀이하면서 성장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긍정적으로 깨닫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유아를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고 놀이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만 5세 조기 취학 정책은 아이들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당기는 방안은 졸업연령, 청소년들의 취업시장 경험 등 모든 것이 빨라진다.

이러한 중차대한 정책은 범사회적 연구와 합의를 통해 탄생해야 마땅하다. 교육부의 작태는 마치 교육 현장을 정책 실험대상으로만 바라본 것이다.

학부모나 학교 현장과 사전 논의하거나 정책연구개발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무엇보다 현재 초등학교는 유치원에 비해 아동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부족하다. 부모와 학교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합의 없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조정은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즉시 철회해야 한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초등 만 5세 입학과 학제개편은 포함되지 않았다. 계획도 준비도 없이 교육부의 일방적인 발표라는 것이다.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근거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현행 교육 여건을 반영한 학제개편에 대한 기본 구상과 계획은 무엇인지, 공론화 과정을 통한 광범위하고 공정한 국민의견 수렴 방안은 무엇인지, 반대 의견과 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은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의 무책임한 발표는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연령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조기입학 제도는 초등학교 시작 단계부터 과도한 학습부담을 야기해 학습기초를 충실히 쌓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학습의욕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사교육을 시작하는 시기가 앞당겨져 아이와 부모의 부담이 늘어 난다.

아이들을 일찍부터 사교육과 학습 경쟁으로 내몰아 인성과 감성 없는 어린이로 성장하게 만든다는 발상이다. 박순애 장관의 교육정책에 대한 철학 부재가 가져온 행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제대로 검토하고 준비하지 않은 채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교육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부디 사람을 양성하는 교육을 함부로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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