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아래 경찰권을 담당하도록 하는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벌써 1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경찰 창설 76년 만에 지역별 맞춤형 치안활동을 수행하겠다는 취지로 자치경찰제가 전면 도입된 게 지난해 7월 1일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축소하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지난 1년이 취지대로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충북자치경찰위원회는 27일 출범 1주년 기념식을 열고 도민과 함께하는 자치경찰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충북자치경찰위는 그동안 지역사회와 연계한 치안 서비스 제공에 힘을 기울였다. 농산물 도난예방 대책,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개설·운영, 자치경찰 치안협의체 구축, 범죄·교통사고 예방시설 강화 등이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나름의 토대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치경찰이 안착하기까지는 과제가 산적하다는 게 경찰 안팎의 진단이다. 현 자치경찰제는 별도의 조직체계 없이 기존 국가경찰 인력이 자치업무를 맡는 ‘경찰 일원화’라는 기형적 모델로 시작됐다.

자치 사무담당 경찰관 신분이 국가경찰이라는 얘기다. 조직의 인사·예산권이 지자체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그래서 생겼다.

자치경찰은 기존 국가경찰에서 생활안전, 지역교통, 지역경비 업무를 가져와 방범순찰, 사회적 약자 보호, 기초질서 위반 단속, 교통관리, 지역행사 경비 등 지역주민을 위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치안서비스에 가장 밀접한 지구대·파출소 관리를 국가경찰이 맡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시·도 단체장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1년이지만, 일선 경찰 직원들은 업무에 있어서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과 인력 운용 등에 있어 기본적인 골격이나 시스템 변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자치경찰제의 역할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국민이 절반 이상이라는 설문조사도 있다. 자치경찰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 부족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 일선 경찰관들의 갈등이 확산일로다.

정부는 오는 9월 경찰의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검수완박법’ 시행을 앞두고 막강해진 경찰의 권한 통제를 위해 경찰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일선 경찰은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한다며 맞서고 있다.

그런데 이 논란도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작동하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치안업무가 자치단체장의 권한과 책임 아래 운영되고 경비와 대테러 등은 경찰청이, 범죄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가 각각 분담해 경찰의 권한이 쪼개지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예산과 인사권 독립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이원화하는 게 절실하다. 자치경찰제 성공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서둘러 강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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