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사회란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을 의미한다. 즉 인간은 집단을 구성하여 존재하는 동물이다.

이에 의하여 인간은 가족, 마을, 조합, 교회, 계급, 국가, 정당, 기업 등의 집단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이 집단에서 벗어나 고립되게 되면 인간의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게 된다.

2020년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가운데 우리나라의 사회적 관계를 보여주는 공동체 지수를 보면 전 세계 평균이 91%인 데 비하여 80%로 조사 대상국 41개국 가운데 38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이 20%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 욕구인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게 되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람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로 조사국 41개국 가운데 35위인 하위 그룹에 속하고 있다.

2021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의 사회적 고립도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보면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경우’ 27.2%, ‘갑자기 많은 돈을 빌려야 할 경우’ 49.9%,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20.4%가 응답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한국인은 평균 다섯에 한 명이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수치가 코로나19로 증대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의 사회적 고립도는 41.6%에 달하고 있고, 그 결과는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벌에 쏘여서 대학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서 한나절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응급실에 온 환자 가운데 2명이나 보호자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분은 노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다문화 가족인 듯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119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누군가가 자기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환자에게 커다란 심리적 안정감과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데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모든 불안감을 혼자서 감당하여야 한다.

사회적 고립감은 제한된 경제적 기회, 건강, 다른 사람과의 접촉 부족에 의해서 발생한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고립감은 가족 붕괴, 실직, 질병 또는 재정적 어려움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렇게 고립된 사람들을 위해 정신건강 프로그램,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 공동 거주, AI 기반 연계 메커니즘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네트워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들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프로그램 운영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로만 존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로 발생하는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 문제부터 1인 가구와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고립감이 줄어들 희망이 크지는 않다. 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자살과 낮은 삶의 만족도만이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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