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 청주내수도서관 사서

 

 

지금은 미디어 전성시대다. 이제 웬만한 집에는 TV가 한 대 이상 있고,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유튜브 영상과 웹툰을 거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OTT 플랫폼을 구독하면 평생 봐도 다 못 볼 양의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는 미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누군가는 이렇게 답할지도 모른다. “뭘 어떻게 받아들여, 그냥 보는 거지.” 실제로도 대다수의 사람은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다. 재미가 있으면 계속 보고, 재미가 없으면 꺼버리고, 슬픈 얘기가 나오면 울고, 웃긴 장면이 나오면 웃으면서. 하지만 정말 이걸로 괜찮을까? 어쩌면 그저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가고만 있지는 않은가?

‘잘 봐 놓고 딴소리’는 이런 사고방식에 제동을 걸고, 청소년에게 미디어를 따져가며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니 성인에게는 너무 쉽고 단순한 이야기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성인도 ‘미디어를 따져가며 보는 법’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낮은 눈높이로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내용이 더 쏙쏙 와닿는다. 이 책을 성인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다.

저자는 크게 ‘재현’, ‘캐릭터’, ‘다양성’, ‘참여’라는 네 가지 주제로 미디어를 뜯어본다. 드라마 속의 납작한 ‘사이다 서사’가 가리는 사회구조의 문제부터 범죄자를 ‘두 얼굴의 악마’로 치부하는 언론을 꼬집는가 하면, 철저하게 서울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방송계를 지적하고 음성합성 및 딥러닝 등의 신기술이 가져올 윤리적 고민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모든 미디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사건을 소시민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예능, 미지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서사를 담고 있는 공포영화, ‘BLM’ 운동에 발언하는 케이팝 아티스트와 연대에 동참하는 팬덤의 일화를 통해 저자는 미디어의 긍정적 영향력을 발견한다. 미디어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미디어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서문에도 적혀 있듯, 이 책이 곧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미디어 속 세상을 인식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순 있다. 마찬가지로 서문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미디어가) ‘그냥 거기 있는 것’이라면 그냥 봐도 되지만, ‘내 세계관의 상당 부분을 빚어내는 세계의 창’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런 거라면 최대한 잘 보는 법을 익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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