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공공관료제에 적용되는 이론 가운데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이 있다. 파킨슨의 법칙은 공무원의 수는 일의 양과 관계없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영국 해군에서 근무한 파킨슨은 1차 대전이 끝난 뒤에 영국 해군 함정이 67% 감소했지만, 해군의 행정인력은 오히려 78% 증가한 것을 보고 이러한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일은 늘어나지 않았는데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심리적인 차원에서 관료들은 자신이 승진을 위해서 자신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보다는 부하를 늘리려 하고, 관료들은 서로에게 일거리를 만들어 주려는 동기에 의해서 불필요한 일력이 증대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의 문화인류학자 롤프 브레드니히(Rolf W. Brednich)는 다음과 같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위트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사막 한가운데 고물 하치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이를 추진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관리자는 하치장에 도둑이 들어 약탈이 있을 것을 걱정했다.

이에 정부는 야간 경비직 공무원 모집 공고를 냈고, 적임자를 채용하였다. 이어서 이 직원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자, 야간 경비원 행동지침을 만들 사람과 야간 경비원의 시간계획표를 짜는 사람을 고용하였다.

이어서 이 행동지침과 시간표대로 일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리하여 야간경비를 관리하는 부서를 만들어서 2명의 직원을 채용하여 한 명에게는 야간경비원을 감독하는 일을 담당하게 하고, 다른 한 명에게는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맡겼다.

다음으로 이들 직원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사람, 회계담당자, 보조사무원이 고물 하치장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이처럼 모든 생명체와 같이 관료제라는 조직도 통제하지 않으면 엔트로피가 증대하여 무질서가 증대하게 된다고 한다.

정부 인력은 참여정부(97만8천명), 이명박 정부(99만명), 박근혜 정부(103만2천명)를 거쳐 문재인 정부(116만3천명)에 이르는 동안 꾸준히 늘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약 13%로 유례없는 증가를 했다. 2000년 초·중·고 학생 수가 795만명이던 학생 수가 2021년 532만명으로 줄었으나 교원 수는 36만명에서 약 21% 늘어난 43만5천명으로 증가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커지는 정부를 개혁하여 해마다 각 부처 정원의 1%(5년간 총 5%)를 줄이고 줄인 정원을 ‘통합활용 정원’으로 하여 주요 국정 과제와 협업 과제에 활용하겠다는 인력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도 지방 공무원 정원의 1%를 재배치하는 ‘재배치 목표 관리제’를 도입하고, 교원은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에 따라 인력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구조적 차원으로 이외에 공무원의 생산성을 향상하여 인력 규모를 줄이는 노력이 함께해야 진정한 개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직의 생산성과 성과 향상이 없이 이루어지는 개혁은 공공조직의 엔트로피를 증대시켜서 다시 공무원 수를 늘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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